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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밥 먹다가 끽연하러 나선 행길.
달이 밝다.
(내일이 보름이군)
밝은 달 아래 서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먼 기억 속의 풍경과 그 풍경 속에 흐르던 음악.
-철책 추진 작업을 위해 DMZ 능선 너머에서 야영하던 상병 때.
모두가 잠든 밤, 야영지 입구 구릉의 맨땅에 구덩이 판 초소에 들어가 경계서던 그날 그 하늘에 걸렸던 차가운 달. 그 달빛 아래 메아리치던 대북 방송 스피커의 음악, '알고 싶어요' 그 달을 바라보고, 그 음악을 들으며 내가 누구를 생각했었는지 지금은 희미해졌지만...-
이런 달 아래에 서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젊은 날의 풍경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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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니고, 상황이 참 고약하다.
세상의 빛이 잦아들었으니 지금은 어떤 빛일까 궁금하다.
슬그머니 마당에 내려서고, 슬그머니 대문 밖에 나서 보아도 달은 실루엣만 남기고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근처에 신축된 마천루는 이렇게 오래된 집 마당을 우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별을 잃은 지는 오래여도, 고개만 젖혀도 보여야 하는 달조차 찾아다녀야 하는 이 회색의 도시.
아버지 등에 업힌 섭골 할머님 댁에서,
어머니 손을 잡고 걷던 작은 창고개 외가에서,
나만 따라오던 그 달은 어디로 갔을까...
202404230438화
이선희-알고 싶어요_잔향편집2024
귀리(1+1), 흑미, 눌보리/ 빨래. 장비 정리. 바깥채 가스. 쑥국.
어머니 손거울 파손.
멀리에 닭소리....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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