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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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

깨어 있어라

by 바람 그리기 2024.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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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저녁밥을 먹으며  제야의 종 타종식을 봤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처음 한 일은 이를 닦은 것.
 전해도 또 그 전해에도 보내고 맞으며 함께 했던 혼술.
 건너뛰자니 서운해 냉장고를 열어보니 맥주 두 캔뿐. 이슬이가 없다. 그만두기로 했다. 사러 나가기도 귀찮고, 마음도 심드렁하니 그만두기로 했다. 실은 새해 맞기 전에 묵은 쓰레기 정리해 내놓을 생각이었는데 그 또한 억지로 쓰레기봉투 채워가며 유난 떨 일 아니니 그만두기로 했다.

 "보내고 맞는 일, 유난스러울 것 없는 일, 자는 게 남는 거다"
 서재 컴을 끄고 안방 난방텐트 안으로 기어들어가 누웠는데, 잠이 억지스럽지 않게 잘 온다.
 등에 송골송골 땀 맺힐 정도로 따땃하게 자다가 눈 뜨니 인시(寅時)가 반을 넘어섰다. 생각할 것 없이 기지개 한번 켜고 벌떡 일어나 건너채 건너가 용변 보고 건너와 부엌에서 고양이 세수하고, 고민하다 연근차를 타 서재로 들어왔다. 커피와 아껴 한 봉 남은 홍차 티백 사이에 고민하다가 연근차로 맘을 돌렸다. 새해 원일(元日) 첫 차에 대한 예의라 여기기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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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넣어두었던 만년필을 꺼냈다.
 그것은 신기루 같던 염원의 시간에서 어둡고 침침한 내 오늘의 굴로 나답게 회귀하는 일이자, 무지개의 허상을 낚던 촉수를 거둬들이는 일이며 메아리 없는 통곡을 멈추는 일이다.  그리하여 내가 혼자인 나를 똑바로 보는 일이고 가난한 가슴으로 단출해지는 일이다.

 "딱하지, 못난 인연 탓에 마른 가슴으로 여태 무엇도 되지 못하였구나..."

 잉크를 넣고, 연근 차를 찍어 세상 밖으로 마중해 제가 제힘으로 지금이 될 때까지 길을 냈다.
 그리고 새해 원일, 내가 나를 위한 화두를 남긴다.
 "깨어 있어라"




 
 2024갑진년원일0500월
 김인배 트럼펫-사랑해봤으면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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