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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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

두리번거리다.

by 바람 그리기 2024.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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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다시 이 바닷가에 섰을 때,
 그날의 뜨겁던 기억의 변주(邊柱)가 와르르 무너져지며 펄펄 타오르고 있었다.


 아니, 현실의 나약한 울에 어정쩡 맘을 걸치고 서서 이성의 냉정으로 포장하며 봉인해야 했던 그날의 염통이 마침내 터져, 못다 했던 속엣말이 콸콸 흘러나와 비겁하여 무채색을 자처한 늙은 오늘을 시뻘겋게 칼질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 사내가 나를 따라나선 것이 당연하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다. 아니,
 어쩌면 길을 앞선 것은 그 사내였다는 게 옳겠다.
 옅은 신음과 함께 교차하는 그날의 사내를 막아서며 읊조린다.
 "미안하다..."

 

★~詩와 音樂~★ 낙조(落照)로 떠난 바람 / 성봉수

낙조(落照)로 떠난 바람/ 성봉수 해 질 녘 하늘을 바라다보면 비우지 못한 오늘이 안되었거니 텀벙 텀벙 웃음이 쏟아졌어도 바람은 속도 없이 떠나버리고 머쓱한 내 빈 봉창엔 피우지 못한 담배

sbs150127.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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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에 난 창을 바라보며 눈을 뜬다.


 벌떡, 친구 생각이 난다.
 폰을 잡고 그 친구가 놀던 왕국을 찾는다.
 "어느 누가 얼만큼 조의를 남겼을까..."
 되돌아 나오며,
 내 얼굴에 남겼던 친구의 흔적에 마주 선다.


 "미안하다. 대답도 못 해준 까칠한 내가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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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객으로 서성이는 무채색의 이른 바닷가에 홀로 앉아 담배를 먹는다.


 담담하게 오고 간 발자국.


 내게, 그들에게 중얼거리며 돌아선다.

 "비우고자 한 이나, 찾고자 한 이나, 모두 원한 대로 되었기를..."
 어쩌면 그 사내를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때.
 나는 걷는 걸음마다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여기, 누가 있었는지...

 

 
 202401마지막날2343수
 윤수일-타인mix대천해변파도20240128_091841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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