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숙저두 (稻熟低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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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도숙저두 (稻熟低頭)

by 바람 그리기 2022.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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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시즌 3까지 인기리에 방영 되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를 찾아 그들의 전성기와 히트곡, 가요계에서 사라진 이유와 행방 등을 알아보던  "슈가맨"

 

 아역배우 출신으로 힙합 가수로 활동했던 "양동근"이 나와서 "힙합 음악을 그만둔 이유를 묻는 말에 하던 말.
 "아이 아빠가 되는 과정에서...."
 그 대답 앞에서 '피식' 웃고 말았다.
 '너는 그냥 딴따라는 되었어도 예인으로 살지는 못 하겠구나...'


 블로그를 해 오면서 문득문득 들던 생각.
 지금이야 시시콜콜 일상을 담는 온라인 일기장 정도이긴 해도, 오랫동안 내 방을 차지하던 음울하고 어둡고 비관적이던 넋두리들.
 또 아직도 그러한 시들.
 그럴 때마다 문득문득 들던, 아이들 걱정.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떠올렸고, "긍정의 힘"을 떠올렸고, "눈밭을 앞서가는 이의 책임"을 떠올렸고...

 아빠의 이 어둡고 침울한 글을 보며 혹여 어린 아이들 가치관 형성이 왜곡될까 걱정하던 마음.
 아버지이자 어른의 책임에 대한 "양동근"이 먹은 그런 마음이야 나 또한 늘 다를 바 없었으나,
 아이들이 타고 난 성향과 그들 스스로 헤쳐나갈 삶의 길을 믿기로 하고 그처럼 고민은 했으나 작위적 반성이나 깨닳음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요즘 들어 부쩍,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남자 동년배들의 자혼 소식.
 내 큰 아이도 올해 서른이니 내 또래들 자식의 혼사가 지금부터 몇 해 간은 줄을 이을듯싶다.

 자식 때문에 "힙합"음악을 멈췄던 가수처럼 내가 블로그의 글과 시를 샤방 샤방 바꾸지는 않았어도, 앞으로 사돈이나 며느리 사위 앞에까지 이 루저의 징징거림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은 일인 듯싶다.
 그러니 감춘 것 없는 이 알몸의 징징 거림도 끝이 머지않았겠다.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닌 "시인"으로 살겠다고 다짐한 세월이었지만, 젊은 취기의 기행과 객기도 사라진 지금은 그저 볼품없고 추레하게 늙어가는 무능력한 아저씨, 무기력한 중늙이에 불과한듯하다.


 백세 시대에 아직 예순도 안된 애가 까분다는 분도 있는 반면, 낼모레 환갑인 늙은이라는 사람도 있고...
 생로병사의 인간사에 늙고 기운 빠지니 모든 것을 안으로 접고 돌아서 말 문을 닫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만,
 내 시구 한 토막을 풀 죽은 고개를 세우는 위로의 술잔으로 넘긴다 

 

 

"

지나고 보니
누구나 제일 쉬운 일은
안으로 접고 돌아서는 일이었습니다 

"

 

 


202202073042월
양동근넋두리mix이재민-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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