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어긋난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단순하게 컨디션으로 치부하기엔 일시적인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언제고 발현할 날을 기다려 몸 이곳저곳의 허술한 곳을 찾아 떠도는 대상포진류의 감춰진 종균같이, 그 예고 같이. 이미 오만의 쐐기로 틈을 만들고 그 틈으로 슬금슬금 배어 나오기 시작한 자기 배반의 류머티즘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목디스크에서 시작한 이상 증상들이 특정할 곳을 정하지 않고 수시로 몸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귀찮게 한다. 허리로 왔던 통증이 엉치로 옮겨가더니 이틀째 자리를 잡고 눌러앉았다. 엉거주춤. 보행도 거북하거니와, 허리를 휘는 동작마다 시큼시큼. 박힌 선인장 가시를 건드는 듯 하다. 다음은 어느 곳으로 옮겨 가려는지…. 꼭, 무서운 동화 속에서 화장실에 떨어트린 열쇠에 묻은 피 같다. 닦으려도 지워지지 않고 옮겨 다니는 그 열쇠의 핏자국 같다.
내 몸 위할 이유가 뭔가?
그 단순 명쾌한 대답에 시간 안으로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몸.
온몸을 돌아다니는 이 통증의 정체가 그 명쾌한 답으로 말미암은 결과인듯싶다. 무너진 제방을 타고 우르르 밀려 나오는 부정된 시간의 결과물인 듯도 싶고.
곰곰 생각하니, 어머니 떠나시고 단 하루도 작정한 숙면이 없었던 듯 싶다. 꿈속에서도 등은 바닥을 의지하지 못했고, 생시와 꿈 사이에 늘 떠다녔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몽유병 환자 같은 나날들.
낮과 밤이 바뀐 생활.
어머니 계실 때고 그 이전이고,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건만 이젠 어느 쪽이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먹고 자고 쓰러져 잠들고 깨고 담배 먹고 또 쓰러져 잠들고….
그 뒹굴뒹굴하는 일상이 볏단이 깔린 돼지우리만도 못하다.
어머니 장에 요라도 하나 꺼내 널었다 깔고 잘까?
잠시 생각을 해봐도, 그 또한 귀찮고 의미 없는 일인듯싶다.
나에 대한 모든 필요에 대해 외발쟁이인 지금에, 짝 맞춘 구두가 무슨 소용인가? 싶고.
며칠 새로 계속 꿈에 다녀가시는 어머니.
그때마다 화가 나신 표정으로 자꾸 꾸짖으시는데, 뭘 꾸짖으시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뭐를 잘못하고 있는 건가?
뭐가 서운하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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