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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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딱하다

by 바람 그리기 202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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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 성문 밖 시멘트 틈에 핀 바짝 마른 국화를 간신히 뽑아와 오밤중에 심었는데,
 세 뿌리인 줄 알았더니 한뿌리가 부족했습니다.

  잡부 가는 길.
 사라진 한 뿌리가 화물차 조수석 바닥에 보입니다.
 히터까지 팍팍 틀어 놓고 현장에 내리면서야 발견했으니, 그렇지 않아도 겨우 이쑤시개 만 한 놈이 바짝 말라 있습니다.
 캐왔으면 제대로 심기나 했던지, 내버려 두었더라면 제 있는 자리에서 꽃을 피워 또 하나의 우주가 그렇게 이어졌을 텐데 딱합니다.
 현장 한쪽 응달 이끼 속에 묻어두었다가 일 마치고 돌아와 심었습니다.
 워낙 바짝 말라 살아나려나 모르겠습니다.



 잡부 일정이 바빠 아침 일찍부터 나서 어두워져서야 귀가한 요즘.
 흙이 풍부한 노지의 것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겠지만, 좁은 화분에다가 화분의 토질도 천차만별이니,
 사흘을 물 주지 않은 옥상 화분의 배추가 걱정입니다.
 국화를 심고 물을 퍼담아 서둘러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질토인 몇 개의 화분이 서리 맞은 것처럼 잎이 헤벌쭉 늘어져 있습니다.
 딱합니다.
 물을 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속 잎부터 
일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사흘간의 목마름이 더 딱합니다.



 날이 짧으니 볕 있는 동안 널려면 빨래를 다 하기는 힘들고, 우선 양말과 작업복 누더기를 빨았습니다. 샘에 쭈그려 앉아 서둘러 꼼지락거렸어도 빨고 탈수해 옥상에 널고 씻고 커피 타 서재에 앉으니 네 시가 넘었습니다. 양말이 워낙 많았습니다.
 반나절 잡부 남은 시간 허튼 것 없이 옹골차게 썼습니다.
 참,
 국화 심고 사진 찍느라 스티로폼 화단 앞에 쭈그렸는데 지린내가 진동합니다.
 삼월이 년.
 마당에서도 서재 밖 현관 앞과 대문으로 향하는 골목 여기저기에 얼마나 집중적으로 볼일을 보는지, 아주 지린내가 배었습니다. 대문 열고 들어서는 길에 어쩌다 '훅' 풍기곤 했는데요, 쭈그려 앉으니 그 정도가 유구무언입니다.
 빨래하고 헹군 섬유유연제를 전체에 뿌려 비질하고, 그것도 모자라 락스를 또 한나라 타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 시간도 얼추 2~30분은 걸렸지 싶습니다.
 락스 냄새가 나니, 한동안 삼월이 언니 현관 앞에 보길 기대합니다.





 마감일 넘긴 청탁 원고, 하루 연장 양해받았으니 오늘 중으로 시도 기워야겠고. 마감일 다가오는 다른 원고도 챙겨야 하는데... 외부 일정이 겹쳤으니 어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라면이라도 삶아 먹고 움직여봐야겠습니다.
 단풍 귀경 가시는 선생님들,
 코로나 감염지수가 1을 넘어서 대유행의 전조가 시작 된데다가 재감염도 추세랍니다.
 만사에 조심조심 쉼 있는 휴일 보내시고요. 

 

 
 202210221020토
 그라시아스소년소녀합창단-반달

● 딱하다(형)
 1 사정이나 처지가 애처롭고 가엾다.
 2 일을 처리하기가 난처하다.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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