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과 머리의 막간을 잡고
" 아…. 마딨다. "를 연발하시는 어머님.
점심 식사를 마치고 첫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저를 두어 술 뜰 무렵에 방과 후 학습을 마치고 막내가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잘되었다, 같이 앉아서 밥을 먹는데
어머님이 손자의 곁에 바짝 붙어 앉아 식사도 멈추시고 뚫어져라 쳐다보십니다.
그러고는 쉼 없이 말씀하십니다.
"…. 어디갔다왔어? 응, 그래 매일 가…? 이거, 달걀도 먹고……."
정작 손자는 꾸역꾸역 밥을 먹고, 내가 대신 대답을 하고 받으십니다.
'엄마, 그렇게 이뻐요? '
" 그럼…. 이게 어떻게 생겼나 싶어. 연우라도 없었으면 어찌할까 싶어. "
한없이 자애로운 눈길로 바라보는 어머님을 손자가 흘끔 쳐다봅니다.
지난겨울, 안부 전화 한 통 없는 손자놈임에도 병실 밖에서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시고는
'연우 보고 싶어....'하시며 우셨습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후, 그 빈자리를 대신한 손자다 보니 각별하기가 말로 해서 뭣하겠습니까.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공부를 열심히 안 한다고,
이렇다고 저렇다고…. 혼내기만하는 아들.
어머님의 간절한 맘을 빌어 감사하는 마음을 먹어봅니다.
곁에 있어 그 존재에 무감각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쩌면,
내게 온, 이 가난과 가슴 아린 이별도 그러하겠습니다.
날이 상당히 덥습니다. 이 또한, 지난겨울을 떠올리면 감사한 일이겠습니다.
갑자기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순간순간,
그리하여 버티고 살아내는 게지요.
열정의 가슴과 무력한 현실의 머리 사이에 드리운 커튼을 잡고 잠시 생각에 빠져봅니다.
끽연 2013.07.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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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을 업로드 하느라고 컴 앞에 앉았습니다.
중간마다 시스템 정리를 했어도, 종일을 괴롭혔더니 점점 버벅거림이 심해집니다.
'기계도 이런데, 사람은 별수 있을까?'
어깨도 아프고…….
당 보충하고, 제 등을 방바닥에 잠깐이라도 눌러 펴고, 컴도 쉬게 할 겸 막간에 들어왔습니다.
제 손전화 벨로 설정해 놓은 음악이데요,
잠자리에 듣기에는 조금 뭐시기 한가요?
음악을 틀어 놓고 작업을 하다가, 이 음악 앞에서 잠깐 생각했습니다.
'내가 원래, 장난 좋아하고 개구지고 무척 밝았던 사람인데…….'
무릎이 시린 것이 기온이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편한 밤들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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