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밤을 낮으로 산 것이 몸에 무리가 왔나 보다.
한쪽 입꼬리가 불편하다.
변소서 용변을 찍어 바르는 흉내에서 시작해서, 뒤돌아보지 않고 집을 에둘러 돌아오던 할머니 비방이 떠올랐다. 똑같이 찢어지는 입이지만, 그 비방은 성장기에나 유효한 것 같고. 얼핏 기억난 "(무언지는 모르지만)영양소 결핍".
'그럼 먹어야지!'
누군가 먹다 남긴 생라면 1/4 쪽.
단팥 소가 든 빵.
바나나.
조미김.
상을 차리니 그럴싸한데, 뭔가 부족하다.
'그래, 영양소를 빠르게 흡수하려면 법제가 효과적이지. 법제라면 술법제가 최고고!'
길 건너 편의점으로 가서 2홉(고민 끝에) 맑은 술 한 병을 들고 왔다. 계산대에 놓인 손가락만 한 소시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거 하나면 동물성 영양소까지 완벽하겠는걸?). 1+1에 1,600환이란다. '어매! 금이라도 먹여 기른 돼지를 잡았나!' 잡았던 소시지를 도로 집어 던졌다.
오늘 새벽 3시 반쯤이 얘기다.
아무래도 법제가 너무 잘 된 모양이다.
약효가 지나쳤는지 종일 아랫배가 불편하다.
노쇠한 어른들에게 흔히 찾아오는 무기력 증상의 병명, "무너진 전해질 밸랜스"
말은 거창하다만, 별수 없이 '영양 부족이나 영양 불균형'이란 말.
"식사는 잘하시죠?"
"녜"
삼시 세끼 모두 챙겨 먹는데도 나타나는 그 증상은, 노쇠한 생체리듬에 의한 불가분한 현상인 줄 알았는데…….
이젠 그 원인이 무언지 알듯도 하다.
먹는 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정도로 흐른 세월. 그러니, 물 말아 한 끼. 고추장 찍어 한 끼. 그렇게 하루, 두 달, 삼 년... 시간이 쌓여 무너지고. 그러다 어찌어찌 일어서도, 다시 무너지기를 반복하고. 그 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마치, 한번 방전되었던 배터리는 남은 용량에 상관없이 급작스레 브랙아웃 되는 것처럼.
그런데 크게 보면, 그것 역시 자연스러운 섭리이긴 하다. 해가 져야 달이 뜨듯....
바람 종이 이쁘게 우는 날.
봄이 정말 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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