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가 내 맘 같덜 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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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

만사가 내 맘 같덜 않어

by 바람 그리기 2024.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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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팅 마치고 터벅터벅 돌아오는데 마빡 벗겨지게 덥다.
 불연, 며칠(몇 주?) 발길  끊은 옥상 푸성귀 생각.
 그래도 내 목구멍이 우선이다.
 소면 한 줌 삶아 한겨울이었으면 저녁밥이었을 간장 국시 한 그릇 고봉으로 말아 후루룩 넘기고야 옥상으로 올라서는 쇳대를 든다.
 자물쇠 따는 동안, 당긴 활시위처럼 몸을 잔뜩 웅크려 말고 계단에 올라서서 앓는 소리 내는 삼월이.
 후다닥 먼저 뛰어 올라간다.
 뛰어 올라와서는 "짭짭짭" 풀을 뜯어먹는다.
 '도대체 무슨 맛이어서 저리도 맛있게 먹을까?'
 내가 삼월이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잎 하나를 따 삼월이를 마주 보며 함께 우물거린다.
 시큼 쌉쌀허니, 별맛 없다.

 상추가 건조장의 담뱃잎처럼 말라비틀어져 있다.
 제철 푸성귀를 내 입에 넣겠다는 목적보다는 흙을 배려한 선물이었다.
 흙에게 시간을 부여해 스스로 의미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내 괴팍한 뻘짓이 아니더라도, 방초는 더 푸르렀을 일이었겠지만. 흙과 내가 공유하는 시간을 유의미로 나누어 갖는 절충 행위였다(쓰고 보니 내가 다른 차원의 피조물이나 신이라도 된 듯, 대자연과 유리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는 것 같은 괴팍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토록 말라비틀어지게 만들어 놓았으니 오히려 흙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게 만든 꼴이지 않은가?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고 미안한 일이다.
 문득, "그냥 내버려두니까 알아서들 다 자리 잡고 살어유"라던.
 아이들이 제 몫의 열매를 하나씩 맺을 때마다 듣던 지인들의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 떠올랐다.
 '느그들도 이 물기 하나 없는 척박한 시간을 죽을힘을 다해 버텨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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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길 끊은 사이, 작년에 씨 받아 심은 단호박 넝쿨이 옥상 바닥을 기어 다닌다. 조심스럽게 끄집어 그물망에 걸쳐 준다.
 옆 화분에는 파장의 떨이 소쿠리에 담긴 무녀리 상품만 하게 토마토 두 알이 달려있다.

' 좁은 화분의 흙인데도 네가 더 몫을 했구나.'
 그물망에 지지하느라 처마 반그늘 안에 놓인 화분.
 '그래, 온통 내리쬐는 햇살의 찬란한 영광도 누구에게나 참인 것은 아닌 게지. 내 영혼이 말라가는 줄도 모르고 양지 식물이 되고자 헤헤거리며 살 필요가 있어? 굳이 이제 와서?'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음지식물 / 성봉수

음지식물陰地植物 성봉수 밤을 나서면 만만하던 포만은 음습한 염세의(厭世) 검은 피 사지 없는 몸뚱이로 까불대던 서 푼의 자해 석비레 같이 흩어지는 누런 낯이여 냉정한 역광의 어둠이여 햇

sbs150127.tistory.com

 남도 어느 온천은, 다리 다친 학이 발 담그고 있는 것을 보고 발견했다는데.
 삼월이와 함께 먹은 풀이 나를 슈퍼맨으로 바꾸어 놀지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 보아야 알 일이지!
 헉!!!! 삼월이 처럼 2% 부족해지면 어떡하지? ㅋㅋㅋㅋ

 

 
 202406111128화
 윤수일-타인
 회장단미팅-라고바움카페/14:30(규,미,환)
 20241차이사회/밴팅/20:00~21:19(20241차사업보고승인)-폰 집어던질 뻔함!!!
 나태주알림/톡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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