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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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안방

들뜨다

by 바람 그리기 2024.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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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야 따라 들린 C시 O읍 행정복지센터.
 복닥복닥 열 맞춰 놓인 책상에 앉아 각자의 업무에 열중인 직원들.
 "우리 아들은 어디쯤 앉을까?"
 "우리 딸도 이렇게 앉았겠지?"
 "하얀 와이셔츠에 넥꾸다이 메고 나도 이렇게 앉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기억에서 잊히도록 먼 길을 왔네..."

 오야와 둘만 꼼지락거리는 것이 전부이던 일상에서,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분주하게 왕왕거리는 모습을 마주하니 새삼스레 다가오는 기분 좋은 현장감.
 ↘새로 들인 프레스기가 철판을 내리찍을때, 진군의 북소리처럼 공명하는 첫 번째 굉음 같은.
 ↘운동회 뜀박질 선상에서 똥구녕을 하늘로 치들고 출발 총성을 기다리는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 같은.
 ↘야외 훈련을 나서며 단단히 꾸린 군장을 지고 공들여 닦은 군화 끈을 졸라매고 딛는, 무겁고 경쾌한 첫걸음 같은.
 모처럼 맛본 살아 돌아가는 것에 대한 기분 좋은 흥분.
 온도와 습도가 최적이었던, 그렇게 바람이 불던 날씨가 거든 감정일 수도 있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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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부 다녀와 오물 묻은 작업복 빨고.
 작업복 빠는 김에 벗어 놓은 양말 몇 켤레 함께 빨고.
 양말 빠는 김에 옷걸이 안쪽에 감춰 있던 철 지난 셔츠도 같이 빨고.
 빨랫감 들고 나서다 눈에 밟힌, 땟국으로 반들거리고 흘린 침으로 얼룩진 베갯잎 벗겨 함께 빨고.
 빨래하느라 고무장갑 낀 김에, 헹군 빨래 세탁기로 옮겨 탈수시키는 동안 그제 일 년만에 비우고 물 담아 놓은 매실장아찌 담았던 독과 식초 단지 씻어 엎어 놓고.
 탈수 마친 빨래, 옷걸이에 걸어 빨랫줄에 널은 후 좍좍 물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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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백신 프로그램 알약을 만드는 이소프트의 자회사에서 운영하는 포탈 zum에서의 검색으로 내 방을 방문한 무명씨.
 궁금증에 온 길을 되짚다 깜짝 놀랐다.
 그곳에서 제공되는 내 정보가 완전 호적등본이다.
 부모님 존함은 물론이고 삼월이 언니와 아들·딸들의 실명까지.

 얼뜨기 첫사랑을 찾는 뭐시기 씨에게는 눈이 번쩍 뜨일 정보이겠으나, 개인정보 노출에 극도로 예민한 요즘 세상에 따님들이 봤다가는 거품 물고 발광할 일이다. 다급하게 삭제 요청을 해 놓았는데, 오늘 확인하니 이렇다 군말 없이 싸악 사라졌다.

 내 신상이 처음 온라인에 노출된 시절에는 중앙일보 조인스의 유료 데이터 중 일부가 제공되거나, 각 포탈이 설정한 보수적 기준에 의해 제한적이고 엄격하게 등재되었는데, 오픈 소스로도 쉽게 편집되고 서비스되고 있는 요즘.
 그 한 시절은 노출된 정보량이 해당 인물에 대한 신뢰도나 공신력을 평가하는 척도였는데, 지금은 공적인 정보 외엔 극도로 감추는 것이 일반적이니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나 보다.
 지금 생각하니, 한 사람이라도 더 볼세라 다급하게 엄벙덤벙할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사족을 다 털어내 달랄걸 그랬다.
 그래야겠다.

 


202405272723월
신유-시계바늘 remix 2023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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