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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나서는데 진보라의 메꽃이 활짝 폈다.
고개를 들어 올려보니,
몇 해 전 '어머님과 대전 나들이 길에 씨를 받아다 심은 유홍초"를 위해 옥상 끝까지 매었던(두 줄 중 한 줄은 끊어지고 나머지 한 줄은 그 마저도 중간에 끊어져 버린) 줄을 타고 서너 송이가 더 피어있다.
작년에 꽃을 벌고 떨어진 씨앗.
이 옹색한 화분 안에 다닥다닥 싹이 돋더니,
아이러니하게도 옹색한 화분에서 제일 처음으로 꽃을 피웠으니 종족보존의 절실함이 그 이유였을까?
나팔꽃을 파종한 원래의 자리.
삼월이 언니가 땅을 헤집고 정체불명의 푸성귀 같은 꽃들을 심어 놓은 지금의 자리.
그 자리에서 늘 피던 함박꽃 만하던 나팔꽃.
그 자리에 간신히 움을 틔운 싹 몇 개도,
잎을 보니 내가 예전에 파종했던 메꽃이다.
어쩌면 사그라든 창포의 길을 따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해가 길어 날이 밝아도,
메꽃이 잡은 자연의 순리 안에 절대의 시간은 유혹이 없다.
노동을 마치고 들어선 대문, 이미 입술을 닫았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어도 날은 밝은데...
쉽게 올려보지 않는 하늘.
그 후로 몇 송이가 더 피었다 입을 닫았나 보다.
없었던 듯...
남택상의 <여름날의 추억>
건너 채 예전 내방 앉은뱅이책상 깊숙한 구석 꽁꽁 묶인 LP다발 안에 곰팡이 슬어 잠들어 있다가,
Y시인님의 SNS의 꼬리를 잡고 기억 안으로 되살아난 음악.
그렇게 포스팅하고 또 잊고 지내던 음악.
내 방 방문객의 '유입 검색어' 덕분에 또 되살아난.
"망각은 의도치 않아도 기억으로 되살아나고, 기억은 자연의 절대 시간 앞에 또 망각이 된다."
오늘의 메꽃처럼.
어제의 나팔꽃처럼...
202007170705금
복날인어제.노가다로돈벌고점심으로추어탕도먹고
도랑치고가재잡고마당쓸고돈줍고꿩먹고알먹었..을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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