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간사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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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무엇이 나를 간사하게 하는가….

by 바람 그리기 2021.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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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소에서 처음 구매한 원통 막대형의 스틸 바람종, 대나무 바람종.
 그 후 온라인으로 구매한 일본제 유리 바람종과 허접한 중국제 놋쇠 방울 바람종. 그리고 동생이 보내온 사각기둥형의 스틸 바람종.
 이렇게 무각제 창밖에 걸려 나와 함께하고 있는데요,
 간사한 것이 혀뿐이 아닌듯싶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너무 가볍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찰랑찰랑" 그 명쾌하고 청아하던 바람이 말입니다.

 며칠 전, 큰맘 먹고 제대로 된 진짜 풍경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담뱃값 빼고는 돈 백 원에도 벌벌 떠는 인간이 거금 5만 환을 투자해서 말이에요.
 욕심이야 오만 원을 더 보태 더 큰 모델로 장만하면 좋았겠지만, 너무 부담되어 중간 크기로 선택했습니다.

 제대로 종을 치면 그 소리도 클뿐더러 잔향이 아주 오래가는 멋진 바람입니다.

 

 하지만 추의 무게가 제법 있어 웬만한 파동에는 일렁이지 않고 설령 바람을 그려도 적당한 배경음 정도로만 울리니 다른 바람종과 어울리지 못할까 염려했던 마음은 사라졌습니다.

 "이 사람이 절을 차리려나 왜이랴?"
 포장 박스를 여는 모습을 보며 삼월이 언니께서 혀를 찼고, 매달고 보니 "깊은 골 산사의 높은 법당 처마 끝에 걸리면 참 좋을 바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자리에 걸까? 고민하다가, 부모님 종 옆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에이, 시끼러워! 죽어서까지 귀찮게 하네!"
 아버님의 끌탕이 들리는 듯싶어 혼자 빙긋 웃었습니다.


 화장실 용변을 보러 사랑채에 건너갔다가, 화병에 꽂힌 프리지아 꽃다발을 보았습니다.

 

큰 따님의 작품인듯싶은데,
한동안 머물며 생각했습니다.

 


'내 것이 아니라고 포기하고 내려놓았던 것. 얼추 30년은 다 되었는데. 비정상의 정상화. 어릴 적부터 그려왔던 소소한 행복의 풍경...'

"

벌지 않은 망울들아 조급해 마요
떨어지는 잎새들아 아쉬워 말아요
때가 되어야 꽃으로 벌고
때가 되어서 스러져감을

"

-시집 『검은 해』중 「꽃들에게」에서-

 

 

선택과 타협

주문한 풍경이 왔습니다. 추의 무게가 제법 나가니 웬만한 바람에는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 물고기의 동판에 시간의 녹이 슬면 참 보기 좋을 텐데 ... 그러기에는 태풍이 올 때나 바람을

sbs210115.tistory.com

 

 

 

 202103181217목

 가끔 안부나 여쭈며 지내고 있는데, 작년(제 작년?) 가을 끝 무렵, '선생님을 직접 뵙겠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던 적이 있습니다. 미술관을 꾸려준다는 제안을 받고,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제주로 이주하신 선생님. 현대 생존하는 예술가 중에 모든 장르에 출중하신 분은 선생님이 유일하지 싶습니다.
 '탁주 한 사발 꼭 나누고 싶은...'
 육지 밖의 먼 곳이니, 그런 기회가 또 오려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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