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뱅 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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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뱅뱅 돌다.

by 바람 그리기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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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좋은 날.
 일광욕시킨 곰돌이를 모셔 오려는데 마당에 벌러덩 누워 계시다.



 똑똑한 삼월이 년,
 언제부터 저리 계셨는지 짖지도 않았다(그러니까 삼월이 년이긴 해도...).

 날 좋은 날.
 일광욕시킨 곰돌이를 모셔 오며 우물 속 같은 오래된 집 마당 위 하늘을 올려 봤다.
 '하늘...'

 공주시 중동.
 그때 대학 친구네 2층 방에 누워 올려 본 창밖의 하늘.
 아무것도 없이 그냥 하늘만 보이던 그 하늘.
 그 하늘을 내 곁에 두고 사는 것이 평생 목표가 되었던 젊은 날. 지금은 집 주변을 둘러 신축 건물들이 에워싸 잊혀 가는 그 하늘. 옥상에 텐트라도 치고 지낼까? 2층 하꼬방을 수리해 서재를 옮길까? 어쩌다 생각하곤 하지만 이제는 내 것이 아닌 것으로 손 놓아 버린 그 하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친구 가족이 살았던 공주 박물관 근처 전셋집.
 얼추 이 부근인 것 같은데 확실치 않다.
 그 기억을 잡고 그곳은 어찌 변했을지 검색하다가, 박물관이 2004년에 신축 이전한 것을 알았다. 보이스카우트 때 한 번 방문했고, 결혼하고 아이들 현장학습으로 한 번 갔었고, 몇 번인가는 그냥 지나쳤던 그곳. 이전한 것이 20년 다 되어가도록 몰랐다니, 그동안 무얼 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 친구, 건설회사에 입사했다면 얼추 퇴임할 때가 되었고 개인 건축사무소를 차렸다면 지금쯤 자리 잘 잡고 살고 있겠지. 살아 있다면(지난 남도 조문 가 참석한 공원묘지. 새로 꾸미는 묘역에 내 동갑네 이쪽저쪽의 사람들이 많아 짐짓 놀랐다)...



 삼월이 언니께서 가래떡 두 줄을 놓고 가셨다는데, 마침 떡볶이가 먹고싶어졌다. 기똥차게 맛있게 만들어 저녁을 해결했다. 두 줄 중 반 가락은 낮에 오며 가며 뜯어 먹었고, 한 줄이면 딱 맞는 양이지 싶은데 반 줄을 남기기도 그렇고.. 모조리 볶아 배 터지게 먹었다.


20220311토


 아침 7시 29분. 9시 30분.
 후드덕 빗가 몰아쳤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깨어 있었다는 얘기인데, 다리가 영 안 펴져서 끙끙거리다가 눈을 번쩍 뜨니 꿈속이었다. 도대체 언제 잠든 건지 얼마나 잔 건지 시간이 몇 시인지... 그대로 벌떡 일어나 거실로 가 철퍼덕 누워 잠들었다가 술청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깨나니 오후 세 시 오십 분.
 그렇게 나가 술밥으로 첫 끼 해결하고 돌아왔고, 새로 세 시에 일어나 바람종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또 잉여인간의 하루가 밝았다.

 

 
 202303130511월
 둘 다섯-먼 훗날 변조 mix 20230312 무각재 바람종
 이 꿀꿀함은 무엔지, 감정의 희비가 자꾸 쳇바퀴를 돌고...
 burnout 수렁에서 영 빠져나오질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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