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나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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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보나 마나

by 바람 그리기 2021.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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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주부의 눈이 나을 듯싶어 노래를 불러도 반향 없는 메아리이고, 장날인 어제를 기다려 콩 팔러 나갈 생각이었는데... 참석해야 할 일정과 겹쳐 놓치고 말았다.
 내년 설 지나고 간장을 담그려면 메주를 쒀야 하고 그러려면 콩을 삶아야 하고 콩을 삶아야 마당의 화덕을 치우고 화덕을 치워야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그래야 점점 꾸여지는 마당의 상태를 살피고 그래야 원인을 찾고 그런 후에야 밤마다 구루마 끌고 나가 연탄재를 주워다 보강을 하던지 어쩌던지 할 일인데, 날은 점점 추워지고 까딱하다가는 눈까지 쌓일 텐데 맘이 급하다. 이쯤이니 조선 콩이던 중국 콩이던 씨알이 굵건 자잘하건 보나 마나 더 이상 염불 외우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장 구루마 끌고 시장 싸전에 가 두어 군데 돌며 금 만 확인하고, 처음 금 본 데서 5만 원에 한 말을 팔아왔다.
 떨어진 라면도 함께 사서 돌아왔는데, 포장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삼월이가 우리에서 깜짝 놀란 뛰어나와 제 입에 들어갈 것이라도 나올지 꼬리 풍차를 돌린다.

 

 지 어니 퇴근 전까지는 종일 우리에 틀어박혀 꼼짝 안 하는 삼월이.
 요 며칠 새 벅벅 긁는 모습이 보인다.

 

 목줄이라도 하고 있다면, 그곳이 눌려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것도 아니고. 요즘 들어 꼬리까지 꽉꽉 물어가며 벅벅 긁는 것을 보면 보나 마나 벼룩이 생긴 모양이다. 여름에 쓰고 남은 에프킬라를 한번 뿌려주던지... 노숙자 냄새가 진동하니 혹, 피부병에 걸린 건 아닌지 모르것다. 된장을 발라줘야 하나?

 콩은 골라 놨고.
 내일은 일찍 잡부 나가야하니, 다녀와서 물에 담갔다가 일요일에 삶으면 되겠다.
 어머님은 어디서 그렇게 굵고 통통한 콩을 팔아 쓰셨지?


 지난여름 막바지.
 토란대 챙겨가라는 외사촌 형의 말에 속아 하루 품 보태고 왔더니 보내온 토란.
 얼추 한 달은 되어가는 것 같은데 그냥 그대로 그 자리다.

 

 마주 보는 곳엔 몇 년 전 친구가 명절 쇠러 집에 가는 바쁜 길에 일부러 들려서, 애들 많은 사람이 먹으라며 주고 간 업장에서 받은 선물, 강원도 어디 시래기 한 박스. 쓰레기가 된 그 시래기 한 박스가 처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 토란의 운명도 보나 마나다.
 더 말라비틀어지기 전에 내년에 화초로 심어 잎 볼 것 몇 알만 챙겨 둬야겠다.

 

 

 

 
 202111252658목
 삼월이 벅벅 긁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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