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여름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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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2021, 여름 마지막 날.

by 바람 그리기 2021.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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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라니 서리 내린 삽짝문을 우선 열어두는 심정으로...

 

2021 여름 마지막날
2021 여름 마지막날 잡부 마치고 돌아오는 길

 졸리다.
 모처럼 길게 자 보자.

 

 

 

 
 202108062752금가을첫날
 정일헌외-MIX_내주를가까이하게함은

 구글 에드센스PIN도착.FROM,필리핀국제허브.

 

 

 

 

 

 "오후부터 소나기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새벽에 나선 잡부.
 비가 오후에 얼마나 걸판지게 쏟아지려는지, 현장인 아파트 단지 내의 나무들이 오전 내내 미동도 없다.

 고운 노파 한 분이 출입구 화단 턱에 앉아, 새앙쥐 구멍 드나들듯 들락거리는 내게 말을 건넨다.
 "오늘 참 덥네요. 더워서 어찌 일해요?"
 '예, 오후에 비가 온다더니 더 덥네요. 어르신도 더운데 어디 마실 마시고 오늘은 그냥 집에 계세요'
 "그래유... 아저씨, 더운데 일하지 마요!"
 '하하하...'

 오후로 접어든지 한참이 지나고 작업이 마무리되어갈 무렵에야 나무들이 흔들리며 바람이 훅, 훅, 몰아치기 시작한다. 되게 쏟아질 모양이다.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와 자재 정리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사방이 검은 구름에 덮여있다. 폰으로 검색하니, 이곳을 둘러싼 인근 도시들에 이미 비가 쏟아지고 있다.


 대문을 밀치고 집안으로 첫발을 딛는 순간 "투더덕" 나팔꽃잎 위로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종일 육수 쏟았으니 잠시 잠깐 시원하게 비를 맞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건 피할 곳 없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의 말이고 시간의 아귀가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골목 끝 안쪽 마당에 펼쳐진 풍경에 번쩍 정신이 든다.
 두 줄의 빨랫줄에 가득 걸려 있는 것들. 심지어 여름 요(인지 이불인지)도 두 개나 펄럭거리고 있다.
 서둘러 빨래를 따 바깥채 거실 식탁 위에 올려놓고 돌아 나오며 중얼거렸다.

 'ㅆㅂㄹ! 오후에 비가 쏟아진댔는데, 예보를 안 보나? 알고도 널고 출근한 건가? 이불까지...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무슨 배짱이지?'

 비 맞으면 머리칼 빠진다는데, 암탉 꽁무니에 털 빠지듯 정수리가 훵해지는 신세에 비가 쏟아지기 전에 집에 닿아 좋다고 했더니만, 잘 맞은 시간의 아귀라는 게 결국은 빨래 걷을 타이밍이었네.
 그깟 "비 맞을 빨래 걷은 당연한 일로 무슨 유세인가"라겠지만, 그 저변에 깔린 이 불편하고 짜증 나는 상식적이지 않은 뒤엉킴을 누가 알 일이겠나?
 아무리 '이번 생은 죠졌다'라며 살고 있다지만….

 

 

 불교 신자인 내가 왜 갑자기 찬송가를 듣고 앉았었는지, 이쯤이면 아시려나?
 202108140941토덧대어정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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