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생일축하 케잌과 함께 사 들고 온 막내의 선물.
원래 입는 사이즈인데도 어딘지 큰듯하다.
나이를 먹어 키가 줄고 요즘 들어 체중도 준 탓인가?
한 치수 작은 것으로 입어나 볼 생각으로 오후에 집을 나섰는데,
팔이 맞는 대신 길이가 골반에 딱 걸리니 팔을 올리면 배꼽이 보일 판이다.
"하얀 쪽으로 입으면 원래 팔이 조금 길어지더라고요..."
사장님의 말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정장 점퍼도 아니고 엉덩이에는 걸쳐야 하지 싶어 실없이 되돌아왔다.
날은 왜 이렇게 빨리 저무는지,
대문을 밀치고 들어서는데 마당 한가득 먹빛이다.
그 어둠 속으로 또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고,
서재 창밖의 바람종이 이따금 점잖게 울고 있다.
마당 끝 아드님의 방,
그리고 내 서재.
'누군가는 저 불빛 안의 세상을 평생 동경하며 살 텐데...'
'비바람 피하며 누구 눈치 안 보고 두 발 쭉 뻗을 곳이 있다는 것'
'해 저물면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배어 나오는 불빛을 보며 겸손함을 생각했다.
생일날 케잌 불을 끄고 건너 채 냉장고 앞에서 찍은 선물 착복식 인증 사진.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라고 생각했더니,
오늘에야 영화 <양들의 침묵>의 사이코패스 의사 '한니발 렉터'와 맞춰졌다.
정신병동에 수감된 그 또라이 천재 의사가 입고 있던 포박복의 모습을 떠올렸다면 무리인가?
어찌 보면, 전 대가리 정권 때 양지원에 잡혀 들어 온 노숙인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
▷부산 형제복지원이 사회 이슈로 등장하기 훨씬 이전에, '장애우 부랑인 인권 유린' 문제로 pd수첩에도 두 번인가 방영되고 국회의원들도 많이 쫓아다니던 곳이었는데, 지금 확인하니 이름이 바뀌었네.
202112182826토
조영남-불꺼진창
종일,여태맘이꿀꿀.
그리움인듯도싶고...
시집 『너의 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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