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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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첫눈 오신 날.

by 바람 그리기 2021.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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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던 첫눈이 오신다.
 그냥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투 위에 두꺼운 목도리를 두르고 집을 나섰다.
 오후로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길이 벌써 얼기 시작했다.
 뒷짐을 쥐고 걷다가 미끄덩 넘어질 뻔했다.
 엉거주춤 걸어 천변 육교에 올라 먼 하늘을 본다.

 

 북풍한설이 제대로다.
 바람이 어찌 매운지 손이 떨어져 나갈 듯 시리다.
 가로등이 들어오고 금세 사위가 어두워진다.

 

 찻집에 들러 유자차를 마주한다.

 


 맛도 온기도 기대만 못 하다.

 

 집으로 돌아와 다이소에서 사 온 성탄 트리를 조립해 서재 창가에 올려뒀다.



 첫눈이 오시면,
 코를 벌름거리며 하늘 한 번 땅 한 번 고개를 갸웃거리기 마련인데,
 눈이 오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으니 삼월이는 참 이상한 개다.
 오로지 건너 채 식탁 아래를 차지하려 문이 열리기만 학수고대다.


 없는 이는 더운 것이 나은데,
 첫눈 오시고 바람 매운 이런 하루쯤은 여유로워도 좋을 일이다.

 양쪽 새끼손가락 손톱에 쌀알만큼 남아있는 봉숭아 꽃물.
 이젠 잘라내도 될 일이지.


천변 육교에 올라,
오래전 지팡이를 짚고 걷던 그 추운 날들을 생각했다.



 

 


202112172957금

닥터지바고-라라테마
이음악을들으면가슴한쪽이왜이리도아려오는지모르겠다

매운바람을잡고첫눈오신날

 

 

★~詩와 音樂~★ [시집 『바람 그리기』] 첫눈 / 성봉수

첫눈 / 성봉수 히득히득 이 시답지 않은 것이 첫눈이란다 첫눈이 오는 날이면 세상의 빠듯한 허리띠를 반쯤은 풀어도 좋을 일이다 아무렴, 멀었던 약속을 당기고 잊혔던 기억을 꺼내고 따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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