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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빡에 쥐 끈끈이가 붙은 2% 부족한 삼월이와 또한 다를 것 없이 주먹만 한 눈곱을 매단 뒷방 독거노인이 주고받는 두런거림이 아니라면, NASA의 cm급 최첨단 인공위성에서 어떤 관측장비를 사용해서 꼬나 보아도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 못 할 만큼, 전인미답 고립무원의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이거나 위도 0˚ 혹은 N·S 90˚의 무풍지대 같은 휴일 오래된 집 마당의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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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볕 드는 이 우주에 낮달맞이 첫 꽃이 피었습니다.
달맞이꽃을 사이에 두고, 득도한 표정의 삼월이를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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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학자이건, 육종학자이건, 생물학자이건, 노고야 대단한 것이었겠으나 '달을 기다리는 요정'의 신화를 빼앗은 이 교란은 어쩔 것인가? 제우스의 배려로 얻은 달과의 조우를 빼앗아 영영 볼 수 없게 만든 이 잔인함은 어쩔 것인가..."
쌀 씻어 밥 안치고 묵은 설거지 하고, 쿠쿠 아줌마가 부르기를 기다리며 서재에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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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음악과 커피를 마시며 서재 창밖에 아침 들녘의 거미줄처럼 일렁이는 바람종 소리를 읽습니다.
적·청 상추와 당귀와 쑥갓잎.
옥상에서 솎아 놓은 푸성귀와 식초 한 방울 떨어뜨린 찬물.
그렇게 갓 지은 밥을 퍼 쌈장을 곁들인 쌈채의 뱀 다리 없는 본래의 단출한 식감을 맛볼 생각이었다.
쿠쿠 아줌마가 호들갑 떨며 심호흡할 때쯤, 삼월이 언니께서 족발 한 접시를 들고 기척도 없이 귀신처럼 산발하고 등 뒤에 서서 말씀하십니다.
"고기를 먹으야 든든하지, 풀떼기만 먹어서 속이 차!"
그렇게 밥 한 공기와 바꿔놓고 간 족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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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쑤셔 넣을 공간도 없고... 별 수 없이 방울토마토를 보탠 쌈밥으로, 맛 보기로 했던 본래의 미각을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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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밖에 일렁이는 '아침의 고요'를 마주 보며, 어떤 작위적 의식 한점 얹지 않고 그저 처언천히 지금을 싸서 우물거립니다.
오후부터 온 다는 비.
많이 온다는 예보.
이상하리만큼 기다려지는 그 많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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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도 비가 오시걸랑,
턱을 괴고 그 비를 바라보는 있는 여기, 아무개를 생각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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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61130일
Steve_Forbert-I'm_in_love_with_you
바람종 소리가 점점 숨 가빠지는 것이...
푸성귀 비료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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