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피가 함께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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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가피가 함께 하소서.

by 바람 그리기 2024.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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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탄일 봉축 법회에 다녀왔습니다.

 비 예보가 있어, 다른 해와 다르게 조금 서둘러 출발해 지장전 안에 자리 잡고 법회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다른 불자님들은 스님과 함께 대웅전에 자리하고 법회에 참석하지만, 태고종 대종사를 역임한 큰스님께서 불사를 일으킨 처음 장소이며 부모님께서 생전 치성드린 장소이고 지금 계신 곳이기도 하니 맘 가는 이곳에서 자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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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장전에 걸린 부모님 영가 등.
 다른 해와 다르게 따로 한 분씩 걸려 있어 의구심이 들었는데요,
 법회 마치고 대웅전 부처님께 예 올리려 들어가 보니 확신으로.

 여느 해는 부모님 영가 등 하나, 누님, 우리 부부, 여식 셋, 대주 하나. 이렇게 다섯 개씩 걸었던 등이, 올해는 사람마다 하나씩 다 걸려 있습니다. 이번 불탄일 연등은, 월현사 불자 중에 우리 집이 가장 많이 걸었습니다. 
 젊은 스님이 일 저질렀으니, 입 싹 닦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 년에 한 번뿐이니 다 부처님의 뜻이려니...
 어쩐지, 집 나설 때 부처님이 "돈 더 챙겨 오너라" 하셨고요.
 어쩐지, 절로 오르는 산길에 삼월이 언니께서 봉투도 찔러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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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채 비빔밥으로 점심 공양하고 하산하는데 바람이 살살 불기 시작하더니,
 도착해 주차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본격적으로 굵어졌습니다.


 오래된 집 마당에,
 법고처럼 범종처럼 운판처럼 목탁 소리처럼...
 각색으로 울려 퍼지는 바람종 소리 들으며 담가 놓고 간 양말 몇 켤레 빨아 널며 하루를 접었습니다.

 와락 와락 흩뿌리던 비가 잠시 점잖아졌습니다.
 오늘 저녁은 절에서 싸준 공양했던 떡으로 대신해야겠습니다.
 참, 냉장고에 어제 삼월이 언니께서 애들 사다 줬다가 빠꾸 맞은 광어회 있는데? 오래 두기는 거시기하고 그렇지만 하필 초파일 날 남의 살 먹는다는 게, 기껏 올린 치성 도로아미타불 되는 거 같아 찜찜헌디... 술도 빠질 수 없는 노릇이고. 허, 참, 대략 난감이로세.

 어쨌건, 그것은 나으 스토리이고요,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202405151919수불기2568년초파일.
 정목 스님-바람 부는 산사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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