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憑依)
본문 바로가기
낙서/ㅁ사랑방

빙의(憑依)

by 바람 그리기 2023. 12. 23.
반응형
반응형

 안타까운 포옹을 풀고, 이별을 재촉이라도 하는 듯 콧김을 뿜어내며 겅중거리고 있는 마차에 오른다.  이렇게 그녀를 떠나보낸다.  이렇게 그녀가 떠나간다. 이층으로 뛰어올라 창 앞에 섰지만,  창에 핀 얼음꽃이 앞을 막는다. 유리를 깼다. 마차는 이미 멀어져 방울소리조차 아득하다. 마치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미증유(未曾有) 내일을 가르며 눈보라의 소용돌이 속으로 희미해지는 마차를 바라보다 서럽게 읊조린다.
 "잘 가오, 내 사랑. 부디 건강하오, 내 사랑..."
 울대가 뻐근해 오더니 이내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나는 혼자 남은 동토의 빈집에서 그날의 가슴 아픈 이별을 잡고, 어눌하게 곧은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그때는 그것이 마지막이 되리라 알 수 없었던...  

 "사랑하는 나의 라라..."

반응형

 아침,
 서재 덧창을 열고 마주한 성에.
 그 얼음꽃 앞에 커피잔을 들고 담배를 물고 한동안 서서 사내를 만난다.
 이 무렵이면 어김없이 내가 빙의(憑依)하는 그 사내.
 사랑하는 라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져 길거리에서 초췌하게 죽어간 그 사내.

 그 사내든, 그 사내가 사랑하던 라라든,
 꿈에도 못 잊을 라라를 바라보며 죽어간 그 사내에게 해마다 빙의하는 나에게든...
 언젠가는 시 한 편 남기리라는.
 


 
 202312222904금동지
 霧刻窟 바람종 mix 닥터 지바고 '라라의 테마'

 -by, ⓒ 성봉수 詩人

 

반응형
반응형

'낙서 > ㅁ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 많이 받으세요.  (0) 2024.01.01
고맙습니다. 행복합시다.  (1) 2023.12.26
내 꿈 꿨남?  (0) 2023.12.16
건강하시기를 소원합니다.  (2) 2023.12.12
내 꿈 꿔~!  (0) 2023.12.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