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던 일정.
일정 중에 생긴 병원 방문.
그래서 가지 못한 병원.
저림과 통증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수긍하고 불편함의 강도를 내 몫으로 희석하고 있는 나.
모든 감각의 촉수를 세워 내 것이면 안 되는 불편함에서 벗어나려는 당신.
나와 당신이 닿아 있는 삶의 절댓값이 다르기 때문이겠지...
상사화 꽃망울이 하루에 하나씩 정확하게 번다.
화초싸리 아래서 제 몫을 찾은 놈.
그늘을 베어 내니 눈 감았다 뜨면 키가 쑤욱 자랐다.
아마 내일부터는 이놈도 꽃잎이 벌기 시작할 것 같다.
외롭게 쑤욱 솟아오른 외줄기 대궁.
그 끝에 차례로 버는 꽃잎을 마주하는 감상이 예사롭지 않다.
선운사 꽃무릇에 많은 이가 왜 환장하는지, 짐작 간다.
봄의 잎새에서 여름의 개화까지 마주한 이라면,
꽃밭에 들어가 함부로 사진을 남기는 일도 조심스러울 일이다.
'날도 더운데 다 파셨으니 떨이하고 들어가시죠?'
시내버스에서 내려 파장으로 들어 선 장날 시장에 들렀다.
만 원짜리로 담아 놓은 피자두를 오천 원에 흥정하다가,
두 무더기를 만원에 떨이해 돌아왔다.
뿌듯하다.
계획에 없던 일정, 일정에 없던 병원 방문이 내게 준 보상이다.
상사화.
오늘 내게 와 습자지에 배는 물처럼 하루가 다르게 깊어지는 가슴 아린 기쁨을 주는 것,
그때 발길 끊긴 외면의 눈을 내려 그늘 속 풀포기를 캐다 심은 덕이다.
어느 인연 하나 우연한 것이란 없고,
시간의 물은 공평하게 들고 나고 있다.
202208050550금
방미-목숨
이 노래가 떠오르는 것을 보니, 가을이 오나 보다.
매미 소리...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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