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창 허리, 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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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낭창 허리, 김희재.

by 바람 그리기 2020.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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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풋!'
 초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얼마 전 성황리에 막을 내린 <미스터 트롯>.
 출연자 중, 현역 병장인 '김희재' 군이 나와 춤을 추는데 그 낭창낭창한 허리에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군에 입대하고, 논산 신교대에서부터 전방 철책 자대로 배치되기까지.
 의정부 보충대로, 사단으로, 연대 대대로... 그 모든 노정마다 틈이 나는 대로,
 끼 꽤나 있다는 병사는 사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습니다.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오버랩 되었어요.
 저도 사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곤 했었는데요, 그때 느낀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저처럼 노래를 좋아해서 혼자 부르던 사람과 직업으로 노래를 부르다 입대한 사람의 구분을 확실하게 해 주는 것은 바로 액션이었습니다.
 저 같은 아마추어들은 나무토막처럼 서서 올곧이 노래를 부른다면, 현업으로 부르던 사람은 비록 노래 실력은 다소 모자라더라도 율동을 가미하더라는 것이죠.


 '김희재' 병장의 율동을 보는 순간 불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나이트클럽에서 쇼하다가 입대했다던 어떤 친구'
 사열대를 벅벅 기어 다니다가 '한 오백 년' 노래로 마무리하던 각설이 무대.
 각자 다른 부대로 배속을 받고 잊고 지내다가, 시간이 한참 흐른 후 GOP 투입을 앞두고 급조한 연대 문선대 요원으로 착출 되어 다시 만났는데요, 본인이 사회에서 쇼를 할 때 썼던 복장과 소품을 가져다가 제대로 공연을 하는데 역시 프로답게 볼만했습니다.
 삼십 년도 더 지난 이야기니, 계속 그 길을 갔는지. 성공은 했는지. 어디, 약장수 패거리라도 이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태관&김희재/나만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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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병원 물리치료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친구가 코로나 병균을 소독하자며 병원 앞에서 저를 픽업했습니다.

 마침 허기지던 차에, 닭발에 소맥을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파장 후 입가심으로 찻집에 들렸는데요,


 후식으로 와플을 시켰습니다.

 그런데요,
 waffle이라는 것이 '겉을 바싹하게 구운 케이크'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게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그치? 아무리 봐도 이상하지?"
 마주 앉은 친구도 맞장구를 칩니다.
 '이거,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더니. 같은 걸 먹어 본 적이 없으니 뭐라 하지도 못하겠고...'
 "원래 이렇게 나오는 겁니다"하면 창피스러운 일이고. 이거 원...
 '아저씨들 이가 시원치 않으니 생각해서 이렇게 나왔나 벼"
 아무리 생각해도 오븐에 덜 구운 것 같은데, 아르바이트하는 남학생에게 뭐라 하기도 거시기하고...
 포크에 찍은 풀빵을 먹으며 아저씨 둘이 마주 앉아 눈물을 찍어 내도록 웃었습니다.


 어찌나 배꼽 빠지도록 웃었는지, 술기운을 싹 날려버리고 친구가 사준 식빵 두 봉지를 덜렁덜렁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생일 때 동생이 준 불란서 밤 잼.
'요것이 무엔가?
 어느 날 밤에 배가 허기진 김에 캔을 열었더니 꿀입디다.
 맨입으로 퍼먹기엔 부담스럽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비닐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 놓고 '언제 식빵 좀 사 와'라고 삼월이 언니한테 부탁했는데, 함흥 간 차사 기다리다가 아무래도 곰팡이가 슬어 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제 찻집으로 가다가 빵집을 보고는 '이따 오다가 식빵 하나 사 가야겠네' 했더니, 친구가 자기도 옥수수 식빵을 하나 사며 내 손에 들려줬습니다.


 먼 곳의 선생님과 통화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허기가 밀려왔습니다.
 빨랫줄 넌 양말 걷어 들여놓고,
 식모커피 한 잔 타서 밤 잼을 꺼내 앉았습니다.


 대문 덜컹 거리는 소리.

 삼월이 언니, 퇴청하시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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