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대문을 여닫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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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시간의 대문을 여닫으며.

by 바람 그리기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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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에 구입해 5년간 잘 쓴 갤럭시 노트4 리퍼폰.
 뒤를 이어 작년 6월에 장만한 리퍼폰 갤럭시 노트10+.

 

▶◀謹弔 갤럭시 노트4 리퍼 / 바람 그리기

노트2 2012~2017.02 노트4 리퍼 2017.02~2022.06 노트10 플러스 리퍼 2022.06.29. 수~ 액정 유리 깨진 거야 사용하는데 별 불편 없지만, 외장 메모리를 보태 데이터 정리해가며 썼어도... 요즘 들어 툭하면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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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에 비해 얼마 쓰지 않았는데 요즘 상태가 미심쩍습니다.
 배터리 닳는 속도가 빨라진 것은 진작이고요, 전화 수신에서 '옆으로 밀기"가 작동하지 않아 동그란 원을 정확하게 콕 눌러야만 하고요, 며칠 전부터는 내장된 펜에 관련 오류 알림이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잡부 나가면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 심심찮게 있기 마련이지만, 두툼한 커버를 씌워 사용하니 그 탓은 아닌 듯싶고. 외장 메모리도 빵빵하게 남았으니 도중 배터리만 교환하면 최하 전작만큼은 쓰려니 하고 있었는데요. 지금 상태로 보아서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폰의 시스템이 버벅거리니 "알람 화면 캡처"가 가능해졌습니다. 예전에 몇 번 시도했었는데요, 알람 화면은 캡처가 되지 않고 바로 알람 멈춤으로 작동하며 화면이 바뀌었거든요.

 알람 화면을 캡처하고 살펴보니 문득,
 "사는 거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설정한 알람대로 다 지키며 사는 상황은 아니지만,
 일어나고(6:30 / "일어나라 여섯 시 삼십 분입니다"-김수미 욕알람)
 밥 차려 먹고(7:30 / "일곱 시 반입니다"-P.MourIat 'taka takata')
 외출 준비 시작하고(9:30 / "오늘도 건강하게 아홉 시 삼십 분입니다"-'outer bell')
 점심 먹고(12:30 / "밥 먹고 하자 오후 열두 시 삼십 분입니다"-우연이 '사랑만 해요')
 저녁 먹고(5:55 / "밥 하러 가자 오후 다섯 시 오십오 분입니다"-투에이스 '비둘기집')...
 
 7:30분 알람은 어머니 깨워 세면 하시게 하고 그동안에 진지 차리며 꼼지락거리는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잡부 일정 있는 날 집 나서기 전에 문단속 시작하는 알람이고요.  9:30분은 어머니 병원 모시고 나가기 위해 이것저것 챙기기 시작하는 알람이었는데 그냥 허공에 메아리로 울리고 있고요. 12:30분은 어머니 점심 진지 챙기는 알람이었는데, 잡부 나갔을 때 오전 일과 마치는 쓰임으로 바뀌었습니다. "밥 하러 가자, 오후 다섯 시 오십오 분입니다"이라는 맨트와 함께 투에이스의 비둘기집이 울리는 알람은, 외출 때 어머님 저녁 진지 챙기러 귀가 시간 설정해 놓은 알람이었는데요 지금은 밥통에 밥 떨어졌을 때 '밥을 안칠 건지 말건지' 결정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나누어 놓고 보니 간단명료하고 별것도 아닌 이 시간 칸칸의 대문을 지나며 세수도 하고 더러 밥벌이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웃기도 울기도 한다고 생각하니,
 그 마당들을 지나며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참 보잘것없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와 다를 것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풍이 온다고 하고 늦더위도 계속된다던데 '가을이 오고 있는 건 맞지요?'
 그래서인지 오늘은 유독 많은 SNS를 받았습니다.
 원로 작가님께서 "건강과 무운을 빌며 보내온 음악"에서부터... 미술관을 돌다 전시된 작품 사진 몇 점을 이렇다 말없이 보내온 시형까지.
 'ㅎㅎ 가을이 다가오니 예술가들의 감성의 안테나가 다르긴 다른 모양이네...' 생각하며 오늘은 일일이 답신도 보내드렸습니다.
 그러다가, 내 SNS(던져두고 있는) 구독자 이름을 살피다가 주인 없는 빈방 하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가 세상을 뜬 지 1년 반이 지났으니, 번호 주인이 바뀐 지 오래입니다.

 

고운 이를 추모하며.

☆~ 이기, 환자가? / 바람 그리기 ~☆ 여보, 작은 댁! 늦팔자가 좋은 겨 어쩐 겨? 그리 빨빨거리고 조선천지 다 싸돌아댕기니, 염라대왕이 데려오라 시켜도 못 찾고 그냥 가서 저승사자 벌 받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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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떠난 방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물론 방의 대문 이미지(어느 봄에 내가 촬영해 준)와 세상에 없는 사람의 생일을 축하하는 6개월 뒤늦은 축하 카드가 전부인 방입니다. 아마 그때까지는 가족들이 그리운 이의 폰을 잡고 있었나 봅니다.
 다시 생각해도 이별은 참 섭섭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늘 도착한 SNS들의 결론은 "건강이 최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별것 아닌 주어진 운명의 시간의 방을 쳇바퀴 돌리는 인생.
 그저,
 모두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202308272417월
 Pete_Tex-Tuff2023

 -by,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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