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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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심심한 밤.

by 바람 그리기 2022.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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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밤이고 여기는 방입니다.
지금은 늘 똑같고 여기는 아닙니다.
여기에 든 것이 몇 달은 되지 싶습니다.
난방 텐트 밖 바닥에 누운 것은, 기억할 수 없는 몇 년도 더 오랜만입니다.
요강 엎을까, 걱정입니다.

자정에 맞춰 할머님 제사 모셨습니다.
삼월이 언니께서 코를 훌쩍거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모셨습니다.
살다 보니 별 희한한 풍경도 다 있습니다.
제주 음복 몇 잔과 탕국에 밥 말아 한술 뜨고 건너왔습니다.
건너와 어제 도착한 책, 시름없이 갈피 넘기다 까뭇 졸았습니다…. 졸다 다시 일어나 이 박박 닦으며 생각했습니다.
'가을 이후로 쉬지 못한 거실 장판 매트, 오늘 밤만이라도 쉬게 해줄까?'
그렇게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방으로 들어오기 전,
"밤새 폭설 예보"가 있었으니 마당으로 나가 한 바퀴 휘이 돌고 왔습니다.
눈은 아직 안 오십니다.
들어와 서재 불 끄러 들어갔다 또 한 시간은 그대로 뭉그적거렸습니다.
그리고 되돌아 나와 다시 마당을 휘이 돌고 왔습니다.
아직도 눈은 안 오십니다.
오시는 모습을 보고 잠들면 좋을 텐데 서운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누웠는데,
요강 엎을까 걱정입니다.

벽시계 초침 소리가 평화로운 밤입니다.
선행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잡부도 연말 쯤에나 하루 있을거 같고.
원고 보낼 곳도 다 보냈으니 한동안 심심하겠습니다.


이제 자야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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