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부 가는 길.
눈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가끔, 땀 식히며 바라본 일상의 밖.
눈발은 오다 멈추기를 번복하며 쏟아집니다.
어쨌건, 첫눈(다운)은 좋습니다.
잡부 하며 처음으로 참도 얻어먹었습니다.
애플파이 한 쪽에 방울토마토와 사과. 그리고 사이다.
물론, 시공주 아주머니께서 챙겨주셨습니다.
일 마치고 들린 사무실.
안경에 앉은 석고 가루를 보고야, 모자로 마스크로 누더기 위로 다 이렇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떤 이는 말전주만으로, 어떤 이는 자판 몇 개 두드리며 내 일당의 몇 곱절은 벌 텐데...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쑤시는 어깨를 남 탓할 일이 아닙니다.
오야와 함께 퇴근하는 길.
여전히 눈이 내렸습니다.
"먼지 많이 먹었으니 씻어 내야지?"
많이 먹은 먼지 씻어내려면 삼겹살을 먹어야 하는데,
어릴 적 삼겹살을 하도 먹어 물린 오야는 삼겹살을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닭갈비 양념구이에 소맥 말아, 이렇게 먹고 잔치국수로 저녁 먹고 돌아왔습니다.
오야가 장모님 호출 받고 인근 도시에 가봐야 해서, 급하게 술 마무리하고 잔치국수는 혼자 먹었습니다.
누더기에서 먼지 탑시기 떨어질라 살살 벗어 놓고,
만사 귀찮아 씻지도 않고 그냥 잠들었습니다.
이른 아점 먹고,
1층으로, 2층 옥상으로 눈 치우고 내려와 홍차 한 잔 따뜻하게 먹고.
건너가 씻고 건너와 여름 속옷, 겨울 속옷으로 모두 바꿔 놓고 커피 타들고 서재로 들어왔습니다.
커튼을 젖히고 담배를 뭅니다.
창밖 샘 지붕 위에 눈이 쌓였고,
덧창에는 이슬이 맺혔습니다.
이 시베리아의 유형지 안에 결로가 맺히다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습니다.
지금 내 있는 곳은 세상의 한기와 유리된,
참 따듯한 곳.
행복한 곳인가 봅니다.
밥 먹지 않아도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202212141749수
루비나_박상숙-눈이내리네2022
밥통에 밥 떨어졌으니 그래도 밥은 해야쥐!
벌써 하루 다 갔네. 커튼 다시 치고..
배고프닷!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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