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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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아침의 기도.

by 바람 그리기 2021.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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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코스모스 한 송이가 숨어 피었는데,  이미 시간의 반을 쓰고 있는 줄도 모랐습니다.

 

 떨어진 꽃그늘이 채송화로 피었습니다.

 


 숨이 막히도록 더운 중복 날.
 작두콩이 첫 꽃을 매달기 시작했습니다.

 

 생물이건 사물이건, 첫 번째는 더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마주합니다.

 




 자정을 넘기며 중복을 벗어나고도 한 시간쯤.
 서늘한 바람이 창을 넘기 시작하니 살만합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고 샘에 들려 좍좍 물을 뿌리고 들어왔습니다.
 그러고는 새로 3시 반쯤까지 정신없이 절구질하다 컴을 끄고 방으로 들어가 벌떡 누웠는데,
 김수미 아줌마가 걸진 욕으로 깨울 때까지 꿈도 아니고 사실도 아닌 일들을 좇아 헤맸습니다.
 졸려 고꾸라질 것 같아 방으로 들어가고도 그 졸림의 여파가 지금껏 이어지도록, 억눌러 놓은 무엇들이 얼마나 많았기에  내 꿈과 생시에 한 발씩을 딛고 밤새 뜀박질했나 모르겠습니다.



 행길을 건넌 햇살이 오래된 집 울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이 무렵의 햇살은 늘 신비롭고 은혜롭습니다.

 

 대문 앞 골목에서 시작한 화단 점고가 감나무 그늘에 이르렀을 때 생각했습니다.

 

 '모기가 달려들건, 서생원이 달음박질하던, 이웃 건물들에서 내려다보는 오래된 집 마당의 풍경은 이 모습만으로도 그럴듯하겠구나...'



 커피를 마십니다.

 

 한 모금씩 넘길 때마다 기도합니다.


"아픈 이 아프지 않게"
"슬픈 이 슬프지 않게"
"우울한 이 고개를 들도록"
"욕심 때문에, 없는 이가 되지 말도록"
"햇살 아래 감사의 마음으로 서 있는 하루이기를…."


 

☆~ 詩와 音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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