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流配)의 누옥(陋屋)에 비는 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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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유배(流配)의 누옥(陋屋)에 비는 뿌리고...

by 바람 그리기 2023.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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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조모님 젯밥 올리고 정리해야겠다고,
 어머님 기일에 쓴 향로와 촛대를 그냥 두고도 어이없이 그냥 넘겼다.
 그러니 맘이 영 불편하다.
 그래서 겸사겸사 선영에 다녀오려 했는데...
 종일 비 오는 날.
 그래서 집 나서지 못한 날.
 몸은 물먹은 솜처럼 천근이고, 날은 우중충 을씨년스럽다.
 다음 주 여행 떠나기 전 월동 준비하느라, 뽁뽁이 새로 붙인 거실 창에 커튼도 친 데다가, 서재 이중창도 안팎으로 모두 닫아 놓았더니... 빛 들지 않는 어느 산중,  이끼 뒤덮인 버려진 음산한 폐가의 골방 구석진 천장 거미줄에 꽁꽁 묶여 있는 것 같다.  그 을씨년스러움이 내 감정의 댐 한계를 훌쩍 범람해 콸콸 쏟아져 흐른다.
 무겁다는 표현으로는 너무 가벼운 우울한 마음이, 찢어진 나뭇잎이 되어 그 물에 휩쓸려 이리 부대고 저리 휘돌며 통제할 수 없이 와르르 떠내려간다.
 나를 찍어 누른 이 무력감 안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떨어지는 낙수 소리에 얹혀 심장의 박동을 확인하는 것뿐.

 오래전,
 머언 남도 고립무원의 섬 싸리 울 안 흙집
 불기 없는 눅눅한 바닥에 웅크려 누워 신열을 앓고 있는 이.

 시커멓게 요동치는 절망의 바다에 흩뿌리는 서러운 유배지의 빗소리를,
 내가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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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니, 어둡기 전에 옥상에 올라가 벗겨 놓았던 부직포를 다시 덮고 내려왔다.
 끼고 갔던 고무장갑을 벗어 샘에 넣어두고 돌아서려는데 골목 끝 대문 앞에 집어던지고 간 택배가 비를 맞고 있다.
 '이런... 염병할 놈들...'
 택배를 안으로 들이려 딛는 10m  남짓의 거리, 군데군데 팅팅 불은 삼월이 년 똥.
 '염병할 년! 택배 오는 줄도 모르게 조용하더니, 언제 또 이렇게 똥을 퍼질러 싸놨어!'
 그러고 보니, 바깥채 몇 차례 드나드는 동안 단 한 번도 개집에서 나오시지 않으셨다. 택배를 처마 안으로 옮겨 놓고, 숨은 쉬고 계시는가? 허리 숙여 우리 안을 들여다보니 노숙자 없는 빈집에 쓰레빠만 가득하다.
 '어? 이 ㄴ 어디 갔지?'
 혹시나 하고 바깥채에 들어 방 안을 살피니, 껌껌한 방 안 삼월이 언니 이불 위에 앉아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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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미친 ㄴ! 죙일 여기 있었니? 환장하것네! 나와 이ㄴ아!'
 웬만하면 꼬리는 흔들던 ㄴ이, "짖거나 말거나 나는 모르쇠~" 전혀 반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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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불 위에 똥을 퍼질 싸건 말건, 개털로 코팅하건 말건, 나도 모르것다는 심정으로 냅두고 나왔다.
 삼월이 언니, 전 세계가 빈대 파동인 요즘인데 이쯤이면 알레르기 약에 도라지즙은 뭐 하러 잡수시는지 도통 모를 일여. ㅉㅉㅉ
 
 

 
 202311161839금
 김현식-비처럼 음악처럼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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