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상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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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궁상의 달인.

by 바람 그리기 2023.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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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떨어지면 쌀 떨어지고 보일러 기름도 떨어지더니..."

 레인지 가스가 떨어질 때가 된 것 같으니, 밥솥이 고장 났다.
 2주 전의 얘기다.
 아무리 기다려도 김 빠지는 소리가 나지 않아 살피니,
 "내 솥을 어쩌구저쩌구..."
 분명히 취사가 시작된 것을 확인했는데 그렇다.
 바깥채에서 건너온 삼월이 언니,
 "밥이 여태 안 됐슈? 한 그릇 얻어가려고 했더니..."
 설은 밥을 큰 냄비에 옮겨 담아 가스 불로 용을 써도 회생 불량.
 한 번 하면 내 솥 꼭대기까지 해서 한 주는 너끈하게 먹는 양이니 적게나 했어야 죽이라도 쑤지.
 그렇게 더걱거리는 밥을 다 먹어 치우고, 또 한 주는 아예 냄비 밥을 해서 용기에 소분해 냉동실에 넣어뒀고, 며칠 전 증조부님 제사 모시려 이밥 한 것 먹어치우느라 다음 주, 어쩌면 그다음 주까지는 밥걱정은 없는데.

 잡부 없는 날.
 비가 왔으니 옥상 배추에 천연 살균제 액비하고 내려와 작정하고 밥솥을 끌어안고 앉았다.
 '버릴 때 버리더라도...'
 침침한 눈으로 분해하는 순서대로 사진 찍어가며(내 기억력을 못 믿는 이 슬픈 현실) 메인 보드를 살피니, 대충 냉납이 예상되는 몇 군데가 보인다. 납땜인두는 없고, 그렇다고 다이소에 다녀오기는 귀찮고(...타기보다는, 그 시간과 비용 투자해서 고쳐진다는 확신도 없고)... 내가 아는 정보와 상식을 조합해 뻰찌로 찝고 은박지로 덮어 다리미로 지지고 원상 복귀.

 "짜잔~!" 
 된다.
 돈 벌었다.


 쿠팡에서 주문한 트렁크 손잡이가 근 보름 만에 왔다.
 통관 번호 받아 중국에서 말일 도착이라더니 때맞춰 빨리 왔다.
 "인제 애들 다 키워서 돈 벌어오쥬?"
 '벌어오지는 않구유, 지들 쓸 거 지들이 버는 거쥬 ㅎㅎㅎ'
 문구점 아줌마와 가벼운 안부를 나누며 순간접착제를 사 오는 것으로 케리어 수리 작업 스탠바이.
 사이즈가 같은 것이 없어 최대한 비슷한 것으로 주문했는데 역시나다.
 맞지 않는 나사 구멍을 요 궁리 저 궁리하며 손잡이를 달아 놓고, 순간접착제로 금 간 여기저기, 부러진 여기저기를 붙인다.
 열 손가락이 온통 접착제투성이가 되니 짜증이 확 난다.
 '에이 띠불! 뭐 하는 궁상여! 집어던지고 그냥 하나 살까!'
 꾸욱 참고, 튼튼하게 마무리했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아니 이거 가지고 가 봐야 기껏 면세 담배 세 보루와 고양이 똥인지 다람쥐 똥인지라는 커피 몇 갑 담아 올 뿐인데, 그러기엔 너무 큰 데다가 화물 취급 과정에서 이 조악한 싸구려 트렁크가 파손될 확률이 농후한데 헛지랄하는 거 아닌가 모르것네'라는 생각이...)

어뜌? 깔 나유? ㅋㅋㅋㅋㅋ. (여행, 다음 달에 가유. 가야 가는 거쥐만서두...)

 퇴근해 돌아온 삼월이 언니,
 "어머! 쌔거가 됐네유!"


 오늘 아침.
 홈쇼핑에서 기모 셔츠 주문하는 것으로, 꽁초 주워 모은 것 같은 그런 돈을 내게 보상했다. ㅋㅋㅋ


 바람종 소리가 참 좋다.
 오늘은 로또 좀 사 볼까?

 

 
 202310211503토
 이치현과 벗님들-사랑의 슬픔
 어제 오전_더 붙잡고 있기 대간해 원고 마감해 송부.
              밤_맘도 꿀꿀한디, 발도 시리고 덜덜덜 춰 뒤질 뻔. 벌써 겨울 날 걱정이... 오늘은 서재 덧창 닫아야 것다.
 오늘_'뜨락', 처음으로 애드핏 정산 신청(한 달 깔고 주네? 김범수 이 그지 같은 넘). 홈쇼핑, 기모티 주문.

-by, ⓒ 성봉수 詩人

 

☆~詩가 된 音樂~☆ 사랑의 슬픔 / 이치현과 벗님들

사랑의 슬픔 하늘엔 흰눈이 내리고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들 무슨 생각에 걸어 왔는지 알 수 없어요 달리는 창가에 흐르는 눈꽃처럼 허무한 사랑에 눈을 감으면 그대 생각에 가슴이 시려워요 아

sbs150127.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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