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돌아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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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입 돌아갈라.

by 바람 그리기 2017.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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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구멍 난 하늘에서 쏟아진 물.

빗소리에 취해 어슷하게 기대어 누워있다가

날바닦에서 그냥 잠이 들어버렸네. 이럴 땐, 소파라도 있었으면 하는….

온몸이 쑤셔 몇 번 깨어 뒤척이다, 전등도 선풍기도 텔레비전도……. 움직이기 귀찮은 나와 꼬박 밤을 새웠다.

그 게으름이 던져준 선물.

깊은 기침과 코감기. 얼굴 한쪽이 얼얼하다.

그저께부터 콧물과 재채기를 동반한 초기 감기 증세가 보였는데,

밤사이 된통 깊어졌다.

요즘 들어 툭하면 이렇게 잠이 든다.

모든 일에는 전조가 있기 마련인데, 이러다 입이 돌아가던지 뭔 일이 생기지 싶으네. 잠자리건 일상이건 내 몫은 챙기며 살아야 하는데, 이 또한 쓸쓸한 일일세. 목구멍이 부어 침도 삼킬 수 없으면서도 밥은 꾸역꾸역 챙겨 넣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비가 멎은 사이, 오래된 집 이끼 낀 담장에 매달린 나팔 넝쿨에서 첫 꽃이 피었던 모양인데, 비에 젖어 제대로 오므리지도 못했네. 물을 머금은 앵두 가지가 척척 휘어지고 삼월이가 고단한 밤을 내려놓고 잠든 마당.

비는 멎었어도,

하늘은 여전히 무겁게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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