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찾았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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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자전거 찾았슈~!

by 바람 그리기 202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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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맞은 자전거 생각에 맘이 쓰리다.
 까짓 거 오래된 자전거이니 금전적으로 따지면야 다른 것 잃어버린 거보다야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특별한 기억을 공유하는 대상이다 보니 섭섭하다. 한편으로는 '이참에 하나씩 정리하는 것도 옳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개운치 않다.

 

 이 좁은 바닥에서 찾으려고 마음먹으면야 못 찾겠나! 싶어, 오늘은 자전거 찾는 날로 작정했다.
 아무리 좁은 바닥이라도 걸어서야 힘든 이야기이고, 자전거를 끌고 나가야겠는데 한 대는 작년 여름에 펌프로 바람 넣다가 타이어가 "펑"-힘도 좋다-하고 터져버려 그대로 쑤셔박혀 있고 다른 한 대는 탄 지가 오래라 바람을 새로 넣어야 한다. 그런데, 삼월이 언니 출퇴근 자전거가 고장 나 끙끙거리는 것을 본 직장 동료가 "타이어나 갈아서 타고 다녀라"며 하나 준 것이 있는데, 이놈의 자전거는 앞으로 몸이 쏠리는 것이 영 자세가 안 나온다. 그래서 타이어만 간 채로 또 그냥 쑤셔박혀 있다.
 생각난 김에 새 타이어를 펑크난 내 자전거와 바꿔 끼고 그냥 자전거포에 던져두면 한 대는 정리 되겠구나 싶어 두 대를 끌고 집을 나섰다.




 새주막거리에 오래된 자전거포가 있었는데, 그곳을 포함한 건물에 도로 확장공사가 예정되어 점포를 빼야만 했다. 그래서 이사 온 곳이 우리 동네다. 집을 나서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있던 옛 빨래방 자리로 옮겨왔는데, 내가 단골로 다니는 점포가 있으니 가보지 않다가, 두 대를 끌고 가야 하니 거리상 가까운 덕을 본 셈이다.
 펑크 수리하는데 오천 원이고 주부 가는데 만 오천 원이니 부속을 가는 것도 아니고 바퀴만 서로 바꿔 끼는 품삯으로 비싸도 만 원 정도면 넉넉하겠다고 예상했다. 혹시 예상보다 덜 달라고 하면 미안한 일이니, 짐받이에 맬 줄이나 하나 사줘야겠다고 생각하고 현찰 이 만 원을 챙겨 갔다.

 원래부터 하던 사장님에게서 점포를 이어받아 운영하다 이곳으로 이사 오셨다는데, 딱 보니 시원치 않다.
 내가 그래도 한때 공무과 기름밥 먹던 사람인데, 무슨 일이든 자세가 잘 나와야 능률이 오른다. 다시 말하면, 하는 일의 숙련도에 따라 자세가 잘 나온다. 결론은 일 잘하는 사람은 자세가 잘 나온다.
 뭐라도 깔고 앉아 자세를 잡고 일해야 하는데, 어정쩡 숙이고 서서 공구 찾는 데만 하세월이다. 중간에 주부를 갈 사람이 들어와 "시간이 오래 걸리냐? 고 묻기에 "먼저 해 주시라"고 배려해줬더니...
 바퀴를 뜯어 놓고 맞는 주부를 찾느라고 들었다 놨다 또 하세월이다. 내가 아무리 하는 일 없는 룸펜이라도 기다리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참다못해 한 마디 뱉었다.
 '사장님, 못 찾겠으면 여기 진열된 새 자전거에서 맞는 거로 우선 빼서 해결하셔! 재고도 없는 거 찾느라 날 다 가겄어!'
 우찌우찌 앞뒤 바퀴 모두-일이 쉬우라고 휠 채 통째 다 교체하라 했다- 교체하고, 뺀 바퀴에서 주부(는 오래된 집에 임기응변으로 쓸 곳이 많으니)는 달라 챙기고 공임을 여쭈며 눈은 짐받이 줄을 고르고 있었는데...
 "이만 원만 줘요. 싸게 해 드리는 겨"
 어찌 보면 중고 자전거 한 대 그냥 주고 오는 건데 이만 원을 달란다. (점심때도 되었으니 뜨끈한 음식이라도 사 잡수셔)라는 맘으로 군말 없이 계산하고 끌고 나왔다.




 아점 챙겨 먹고 자전거 타고 집을 나섰다.
 우선 어제 도둑맞은 곳에서 이동했음 직한 동선을 역 뒤편으로 정하고(시내에서 도둑맞았으면 대학촌으로 갔을 확률이 높은데 그 점은 다행이고) 그곳부터 역순으로 훑기 시작했다.
 없고, 없고, 안 보이고...

 찾았다!
 죽림 오거리 못 미쳐 용역 사무실 앞에 다른 자전거들과 함께 서 있다.
 머리를 촤라락 굴린다.
 뛰어 들어가 소리 질러봐야, "모르는 일"이라 하면 끝인 거고. 그러면 누군가 나와 손 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만약에 일 나간 거라면 날 다 가고 돌아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고... 만약 범인을 찾는다 쳐도, 혹시 외국인 노동자라면 이빨 빠진 노인네가 훅하는 성미에 벅벅 거리다 맞아도 창피, 때려도 창피고.

 

어찌 된 것이 저때만 해도 집안이 깨끗했네...


 현관 앞에 놓고 어머니 운동 채근하던 자전거.
 겨울엔 거실에 들여놓고 어머니 운동 채근하던 자전거.
 더 타야 하니, 그만 타니, 실랑이하던 자전거.

 

돌쇠도 가고, 어머님도 돌쇠 따라 가시고...


 그냥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슬그머니 티 없이 끌고 돌아섰다. 참 잘했다.
 두 대 끌고 오느라 뒤지는 줄 알았다.




 집으로 돌아와 자전거를 원래 자리에 차례로 배치하는데, 삼월이 언니 타던 자전거를 빼앗아 셋째가 독서실 타고 다니던 게 또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에 펑크가 나서 뒷바퀴 바람이 빠졌다고 한 것이 생각났다. 거실로 들어와 살피니 사다 놓은 돼지본드가 보인다. 내 자전거 펑크 때워주시던 아버님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돼지본드도 있겠다, 주부도 있겠다.'
 창고에서 공구 꺼내고 대야에 물 받아 놓고 주부를 빼 펑크 난 곳을 찾으려 펌프질을 하는데 허당이다.
 '이상하다?'
 주부를 꼼꼼하게 살피니 펑크 난 정도가 아니고 1원짜리 동전만 하게 뜯겨 나갔다. 바퀴를 다 뜯어야 한다는 결론인데... 일이 커지는데... 별 건 아니지만 귀찮다. 오전에 챙겨 온 주부 하나는 멀쩡하니 공구통 꺼낸 김에, 그것으로 갈아줄까? 주부 규격을 살피니 빼놓은 주부가 더 굵다. 해? 말어? 잠시 고민하다 바퀴를 빼기로 했다. 빼면서 살피니, 타이어가 삭아 옆면 접합부가 다 갈라졌다. 일단 시작은 했으니, 고쳐 놓으면 얼마간은 타겠지.
 주부를 바꿔 끼고 다시 조립해 바람을 넣고 살피니. '이런 된장"이다.

 


 원 짝보다 큰 주부를 낀 이유도 있겠지만, 타이어가 너무 삭아 터져버렸다. 예전엔 백테 들어간 타이어가 더 비싸고 좋은 거라 했는데 세월엔 도리 없다.
 자전거포 타고 가게는 해 놨으니 고쳐서 쓰든 어쩌든….

 

 

 

 

 202011252607수

 하...

 세금 내는 것을 깜빡했다. 어쩐지 우체국에 자꾸 가고싶더라니.

 어젠 자전거 땜에 뱅뱅 돌았길 망정이지, 술이 과해 망신살 씌울뻔했다.

 아무리 느낌대로 사는 몸이지만, 한 해 잘 보내 놓고 나서 이 시점에 햇가닥 하면 쓰나.

 ㅉㅉ 못 말리는 봉수다.

 내일은 잡부 일정 잡혔으니 그만 누워야겠다. 잠이 올랑가 어쩔랑가...

 

 

☆~ Cloudy Day / JJ_ Cale / 바람 그리기 ~☆

 

blo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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