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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 尊嚴[명]
-인물이나 지위 따위가 함부로 범할 수 없이 높고 엄숙함.
'화장실에 들러 이 닦고 세수하고 들어오시라' 샘에 칫솔과 세숫물을 챙겨드리고 아침 설거지를 시작했는데…….
들어오신 어머니 행색이 천상 그지다.
양 입가에 치약 흔적인지 침 흘린 흔적인지, 맹구처럼 누런 딱지가 붙어있다. 크고 선명하게.
그러고도 세수하고 들어왔다고 우기신다.
집을 나서기 전,
대문 못미처 담장에 붙은 커다란 거울 앞에 어머니를 돌려세우고 스스로 살피시라 했다.
'엄마, 엄마가 지금 제정신이면 이러고 밖에 나가겠어?'
"저 기집애들은 나 올 때만 기다리고 있어!"
점심을 잡수시고 투석실 침대에 올라앉으며 눈을 흘기며 뇌까리신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왜?'
"나, 바늘 찌르려고!"
결국,
지금의 어머니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이지 별거인가?
존엄.
어떡해야 인간의 존엄 안에서 내게 온 시간을 마무리할까?
천생 그지 같은 어머니.
그리 당당하고 도도하고 태산 같던 인간으로의 존엄은 어디로 갔는가?
세수도 시켜드려야 할 형편이 되었나?
은행 앞 차도 경계석에 올라서 담배를 먹는다.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본다.
바람이 얹듯 분다.
인간의 존엄에 대해 자꾸 생각한다.
아...
쉼 없이 몰려드는 상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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