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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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준비.

by 바람 그리기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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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오후부터 한식인 모레까지 비가 온다는 소식.
 윤달을 낀 한식이니 자손 번성한 집안이라면 선영이 버글버글할 일이다.
 가뭄에 이곳저곳 산불로 난리인데 먼지만 폴폴 날리는 선영을 생각하면 비 소식이 반갑다.
 잡부 누더기 입고 장화 신고 상포사 들러 다섯 장 묶음 열 단을 마대 두 개로 나눠 챙겼다.


 집에서 챙겨 간 다이소표 로프로 하나는 걸망을 만들어 짊어지고 또 한 자루는 끌어안고 산을 오른다.


 처음 생각으로는, 안고 가는 것은 힘 버틸 수 있는 곳까지 가다가 내려놓았다가 걸망에 것 선영 발치에 먼저 옮겨 놓고 다시 내려와 옮길 생각이었는데... 차라리 쉬엄쉬엄 가더라도 한 번에 옮기는 편이 나을 듯싶어 숨을 헥헥거리며 끝까지 지고 안고 올라갔다.
 밤나무밭 중간쯤 왔을 때 블루투스가 자꾸 끊긴다. 혹시나? 하고 추리닝 주머니를 살피니 폰이 안 보인다.
 염병!
 올라오는데 벨이 울려 안고 있는 마대를 한쪽 옆구리에 끼며 무릎에 올려놓고 엉거주춤 폰을 꺼냈었는데(받으니 끊어져서 통화도 못 했다), 그때 찔러 넣은 것이 떨어졌던 모양이다. 어차피 숨도 턱에 찼고, 두 마대를 내려놓고 폰을 찾으러 족히 200M는 도로 내려갔다 왔다. 밤나무 마른 잎이 온통 뒤덮여 있는 길인데 폰 커버 색도 같은 계열이라 애 먹을까 걱정했는데 한 번에 찾아 다행이다.
 폰을 찾고 마대 벗어 놓은 곳으로 다시 올라오며, '아니 너는, 그렇지 않아도 숨을 턱에 매달면서 첩첩산중 혼자 가는 산길에 마스크는 왜 쓰고 이 미련을 떠는 겨?'
 마대 벗어 놓은 곳에서 털썩 주저앉아 올라온 곳을 바라보고 잠시 니코틴을 보충하며,


 '산중의 시간은 아직 더디구나...'

 가뭄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부모님 산소 앞 영산홍은 거의 봉오리를 겨우 맺고 있고. 매형께서 5년 전 심어 놓은 목련은 내 새끼손톱만 한 봉오리가 지난번 다녀갔을 때 모습에서 전혀 진척이 없다. 내 죽기 전에 그놈들 꽃 한 번 볼 수 있을까 의문이다.
 지난번 심어 놓은 개나리 중 반절은, 염병할 고라니들이 홀딱 뒤집어 놔서 미라가 되어 계시고..


 부모님께 담배 한 개비 불붙여 올리고 넙죽 엎드려,
 '엄니, 아부지! 그년은 대체 어찌 살고 있는규?' 여쭈었더니, 아버님은 어이없으신 표정으로 눈을 피하며 비스듬히 비껴 앉으시고 어머님께서 빙긋 웃으시며 말씀하시길, "애비야! 산 너도 모르는디 죽은 우리가 어찌 알것냐?" 하신다.
 쩝...

 어제저녁에 마주 서니 한 봉밖에 남지 않은 식모커피. 오늘 아침에 먹으려고 남겨 놓으며 그랬다.
 '아이C! 염병할 놈, 커피도 드럽게 많이 처먹네!'
 그래서, 산에서 내려와 용암저수지 쪽으로 한 바퀴 휘이 돌-기를 잘했다. 벚꽃이 걱정처럼 아직 흩날리지 않고, 진짜 절정이라 볼만했다-아 돌아와 주차하고 마트 들려 식모커피 사 들고 와 먼저 한잔 때렸다.


 다른 커피가 없어서는 아니고, 보통 3:1의 비율로 식모 커피를 마시니 그 루틴을 지켰다는 얘기다.

 쌀 씻어 밥통에 넣어 뒀고, 이온수 한 병 사 냉동실에 넣어뒀고, 가져갈 연장 다 챙겨 뒀고...
 낼 아침에 밥 해서 주먹밥 한 덩이 싸서 가면 되겠고.

 

 
 202304032726월
 조용필-정 주고 내가 우네
 삼성:실손 외 해약.

 (목사님! 맘이 심란하시다 하여 좋아하는 곡 올립니다, 예배당 종 치러 가며 들으슈~! ㅋㅋㅋ)
 우찌 대가리가 아플랑 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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