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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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지금은 이런 때.

by 바람 그리기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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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오 무렵, 지난주 삼월이 언니 오빠가 삼월이 언니 부모님 사다 드린 병천순대를 얻어다가 내게 나눠줘 한 차례 먹었는데, 사나흘 후에 "아이들이 안 먹는다"며 뎁혀 먹으라고 한 접시 담아 부엌에 놓고 간 것을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시간이 더 지나면 맛팅이 갈 것이 뻔해 순댓국을 끓여 먹었다.
 연유로 뽀얀 국물 색을 내고 볶은 소금과 다시다로 밑간해 끓이는 동안, 밀폐용기의 순대와 부속물은 레인지에 한 번 돌리고.
 끓은 국물에 내용물을 보태 한 번 우르르 더 끓여 새우젓으로 간 맞추고, 뚝배기에 밥 한 주걱 덜어 생파와 후추를 보태 맛나게 먹었다.
 청양고추가 없어서 99점.

 어제 사다 봉지 뜯어 바람 쐬어 놓은 밑거름과 마당에 뒹구는 삼월이 스테인리스 밥그릇 들고 옥상에 올라가, 화분 크기에 맞게 적량을 덜어 잘 섞어 놓았다. 기껏해야 한철 먹을 상추 몇 포기와 고추 몇 주 심을 거면서 유난 떨었다. 그 유난 떠는 일의 실행에 대해 몇 번 자문했었는데, '지금이니까. 밑 거름이니, 심기 전에나 가능한 일이니까. 무엇을 심든 안 심든, 지금 놓치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


 파종한 양귀비가 다닥다닥 올라오기 시작했다.
 삼월이 언니 뺄셈의 손 잘 버티고, 혹 과한 햇살과 비에 유혹받아 녹아내리지 말고 잘 살아나기를...


 선영에서 꺾어 온 진달래.
 피었던 꽃은 시들고 있고, 봉우리였던 것은 모두 활짝 피었고, 없었던 잎이 돋기 시작했다.
 더 흉해지기 전에 그만 버려야 할 때인가보다.
 우리가 마주 선 지금은 그런 때인가보다.

 

 
 202304022715일
 Frank_Pourcel-Merci_Cherie
 주중의 한식과 식목일.
 어제 잡부 나가는 바람에 선영에 다녀오지 못했고, 식구 누구도 앞서 기억하지 않은 날.
 화요일부터 마침 비 예보가 있으니 내일 혼자라도 미리 다녀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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