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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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초경 축하.

by 바람 그리기 2015.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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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네사네 하여도 밥 굶는 세상은 아니다 보니 아이들 얼굴에 건버섯이 피기는 고사하고, 넘치는 영양 상태로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초경을 보이는 성조숙증이 더 문제가 되고는 하는 요즘입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형제자매가 없는 아이들이 온실의 화초처럼 애지중지 금지옥엽으로 길러지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예전엔 드러내고 하지 못하던 말들도 일단 아이들과 연관이 지어졌다 하면 그 어떤 상황과 종류를 불문하고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고요.

그래서 초경을 맞은 아이를 위해서 꽃을 건네고 선물도 안기며 심지어 파티를 열어 축하해주는 것이 아빠가 챙겨야 할 일상처럼 여겨지죠.

내게도 딸이 셋이 있으니, 아이들이 여자가 되는 날 꽃을 건네며 축하해주는 상상을 해보곤 했는데요. 뭐가 잘못된 것인지 내겐 알리지 않고 엄마와 수군거리며 큰아이의 초경은 지나가 버렸어요. 그렇게 둘째, 셋째도 아빠의 축하 꽃을 관심 밖으로 밀어냈고요. 낙장불입이니, 뒤늦게 축하를 해준다는 것도 머쓱하고…. 아뭏튼 우리 아이들에게 초경의 축하를 받아본 기억을 나눠주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습니다.

 

어제 바깥채에서 안채 부엌으로 넘어서는 바닥에 마른 핏방울 하나를 발견했는데요, 혹시 어머님께서 어디가 긁히셨을까? 유심히 바라보다 그냥 '선짓국 국물을 흘렸구나!'했더랬죠.

헌데 오늘 아침에 어머님 진지를 챙기고 개밥을 주는데….

'어라……?'

어제는 깊게 생각을 안 했는데, 손가락을 곰곰이 꼽아봤어요.

('집에 온 것이 삼월. 한 달은 기르고 젖을 뗐을 테니 2월생이고…. 개는 제 돌이면 새끼를 낳고…. 개 수태 기간이 두 달 이짝저짝에…. 초경이 비치고 2주 정도가 지나야 돌쇠랑 합방을 할 테고…. 어라?!')

아직 이빨도 안 여물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가, 역산을 해보니 대충 아귀가 들어맞네요.

식충이에 똥 공장에 돌대가리라고 매일 눈을 흘기며 구박을 줬더니만, 급 이쁜이로 바뀌었습니다. 이미 아침밥은 폭풍 흡입을 한 후고….

애들에게 못한 초경 축하를 해줘야겠는데….

바깥채 냉장고에 술고래 큰딸이 안주로 먹고 남은 말라붙은 참치를 뜨거운 물에 불려서 건넸습니다.

막내 연우가 중3이니 내년 2월 무렵에 생길 새 식구가 얼마 만인지……. 벌써부터 강아지의 배내털 냄새가 코끝에 아른거립니다.

실패 없는 수태와 건강한 출산의 염을 함께 해주세요.

 

능력 있으신 분들,

불타는 금요일이고 주말엔 비도 온다고 하니 영양가 없이 어디 싸돌아다니시 마시고,

늦둥이 하나씩 만드시구랴~~♡

 

-마당엔 매화망울이 맺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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