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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 언니가 출근하고 내가 일어나기 전의 그 틈에
어머니께선 2층에 올라 고추장을 통으로 하나 퍼다가 얼마나 잡수셨는지 눈가가 빨갛다.
그러고는 아들 밥을 고봉으로 담아놓고야 기척을 하신다.
연우는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있다.
서둘러 아이를 깨워 혈압과 혈당을 재게 하고 인슐린 주사를 놓아드리고.
이미 벌어진 일.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고추장 통을 마당에 집어 던져 박살을 내고 내 몫으로 퍼 놓은 밥을 밥통에 도로 쏟고.
아침약 챙겨드리고 설거지하고 개털 태울 겸 마당 대충 쓸고 처마 아래 빨래들 마당에 옮겨 널고.그리고 아침 겸, 진정제 겸, 커피를 한잔 타 혈압약을 함께 먹었다.
TV도 틀어놓지 않은 거실.
우두커니 앉아 계시던 어머니께서 단장도 없이 샘으로 나와 겉옷을 빨아 널고 세수를 하고 발을 닦고 다시 들어가신다.
잠깐의 틈에 그랬다.
어머는 늙은 아들이 먹을 밥을 고봉으로 퍼 놓고
어린 아들은 그 밥을 도로 밥통에 쏟아버리고.
과육이 차기 전에 숙성돼버린 개봉수.
먹기엔 시큼털털하고 버리기도 마땅찮은.
삼월이가 돌쇠 씨를 받은 것 같다.
요 며칠 사이에 배가 표가 난다. 비린 것을 챙겨 줘서 일 수도 있겠고.
어머니, TV 틀어드리고
소면이나 삶아 놨다,
연아 오면 양념장에 말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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