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어이쿠! 다행하네…….'
아침, 소피를 보다 화장실 타일 바닥에 폰을 떨어뜨렸습니다.
간지 없이 조금 투박하더라도, 커버를 씌워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경우 때문인데요. 이번엔 접힌 한쪽이 열린 채로 액정 부분이 정확하게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요란한 소리가 났어도, 다행히 액정에 흠이 없습니다.
안도도 잠시, 유리는 흠 하나 없는데 화면이 먹통입니다.
'이룬 된장…….'
이전에 썼던 노트2를 꺼내 유심을 바꿔 끼고 서비스센터를 검색했습니다.
얼마 전, 이곳에도 서비스센터가 생긴 모양인데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최신형이 아니니 혹시, 부품이 없을 수도 있고….
두 번 걸음 하지 않으려 거리가 비슷한 C 시로 향했습니다.
"고객님, 혹시나 하고 검사했더니 액정이 나갔네요"
'예? 유리가 멀쩡한데 액정이 나가다뇨?'
"요기…. 이쪽에서 이 안쪽을 자세히 보시면 요기…. 재수가 없으신 경우죠. 비용이 십사만 원 나오는데 교체하시겠어요?"
'사는 것보다야 쌀 테니 바꿔야죠'
마침, 재고가 하나 남았다는 인사와 함께 손을 본 폰을 건네받았습니다.
'깨진 액정은 어딨나요? 어디에다 파나요?'
"하하하. 고객님, 그건 액정이 아니고 유리만 파손된 것을 구매하는 거고요 이번처럼 액정 자체가 파손된 것은 사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장사가 잘 안되는지 업자도 많이 않보이고요. 그리고, 반납하는 조건에 수리비가 그런 거고요, 하지 않으시면 이십 사만 원입니다"
그렇구나……. 머쓱해진 맘으로 돌아서서, 꼭지가 떨어져 나간 펜촉을 사고 일층 매장으로 내려가 액정필름을 붙이고 돌아왔습니다.
"고객님, 이것보다 훨씬 좋은 게 공짜인데……. 바꾸시지 그러세요. 약정 끝나셨잖아요?"
'다음에 또 깨지면 그리하리다'
삐삐를 지나 1세대 냉장고만 한 모토로라에서 시작해 스타택을 거쳐 삼성 본부폰을 지나 두어 개 폴더폰을 연이어 사용하다, 엘지 쿼티 자판 폰에서 스마트 시대를 맞고 노트2를 지나 지금의 노트4에 닿았지만, 액정을 깨 먹은 것은 처음입니다.
얼마 전까지 4년 가까이 노트2를 잘 써왔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DMB가 시때도 없이 열리고 데이터를 아무리 신경 써 정리해도 프로그램이 엉키기 일쑤더라고요. 그래서, 새 폰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요즘은 배터리 일체형 제품만 나오니 신형 폰을 사기가(샀다면 아마 폭발사고로 판매가 중단된 바로 그 제품이었을 거예요) 망설여졌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배터리 분리형의 마지막 모델인 노트4를 중고샾에서 샀더랬죠. 액정 가느라 거금을 투자했으니 앞으로 3년은 더 써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C시로 길을 나선 것이 언제였나 모르겠습니다.
곳곳이 길을 새로 내느라 혼잡합니다.
곳곳이 눈에 설은 새 건물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잠시 눈만 꿈뻑하면 풍경이 바뀌어 있습니다.
내 주변의 세상은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데, 나만 어제에 웅크려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제자리에 웅쿠리고 늙어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말입니다.
씽씽~~추월해가는 차들의 뒷 범퍼마다, 감지쎈서가 없는 차가 없습니다. 모든 차가 삐까번쩍합니다. 라디오를 틀으려고 손을 옮기다가 멈추었습니다. 가만 생각하니, 안테나가 달린차를 못 본것 같습니다. 지붕위에 뿔처럼 달린 것들이 아마도 안테나 역활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무리진 차중의 한대에서 안테나가 빌빌빌 올라오는 모습을 상상하니 우수꽝 스러웠습니다. 어쩌면, 오랜만의 작동에 올라가다 내려가다를 반복할 수도 있고, 다 올라왔어도 나중에 안들어가는 일이라도 생기면 난감할 것도 같았고요....
차도, 주인도,
제자리에서 뱅뱅도는 시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기다림에 지친 이들은 하나둘씩 내 곁을 떠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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