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의 일식,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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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하지의 일식,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

by 바람 그리기 2020.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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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는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등 단속도 하지 않고 거실 텔레비전 뉴스를 백색소음 삼아 엎치락거리다 눈을 뜨니 새로 세 시로 접어든다.

 

 

 초저녁에 생명을 얻은 모기향은 이미 운명하셨고, 현관 댓돌 위에 삼월이가 새근거리고 있다.

 모기향에 다시 불은 붙여야겠는데, 어찌나 곤하게 주무시고 계신지...

 

 

 아무리 살곰살곰 움직였기로, 삼월이도 텔레비전 백색소음 자장가에 혼을 빼앗겼는지 미동도 없다. 

 

 

 꿈에 할머니라도 만났는지, 이따금 흐느끼듯 숨을 몰아쉬기도 하고... 

 

 

 현관 전등을 끄러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턱을 부비고 꼬리를 흔든다.

 

 

 현관 불을 끄자 제 우리 있는 곳으로 조르르 달려가더니 이내 돌아와 다시 댓돌 위에 자리 잡고 주무신다.

 낮엔 더위에 지쳤는지 꼼짝하지 않더니, 모기 털어내느라 후드덕 거리지 않고 모처럼 잘 주무셨나 모르겠다.

 

 가이님은 편히 주무시고, 사람 놈은 깨어 집 지키고...


 일요일의 부분일식

 

 

"2030년 6월 1일 발생하는 부분일식까지 10여 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일식도 관측할 수 없다."는 안내.

 

 

"몇십 년 후니, 몇 백 년 후니...."

귀에 와 닿지 않던 이야기가, 앞으로 "십 년 후"라는 말엔 맘이 동했다.

 

 

 '그래, 어쩌면...'

 

돋보기를 가지고 볼까?

유리를 그을러서 볼까?

고민하다가, 폰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 날의 일식이라니...

참 드라마틱한 상황이었네.

 

 

2020062307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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