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낙서/ㅁ안방34 혹부리 영감 이야기. 어른들 안 계신 자리. ↘해마다 차츰차츰 뒤로 밀리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정오가 다 되어 올리는 차례에 대한 무력한 노여움. ↘칭얼거리는 아이처럼 시도 때도 없이 보내는 주취의 문자에 이은 예고 없는 김 가의 방문, 새해 첫날이니 혼자 차분하게 근신하며 보내려고 했는데... 벽두부터 술의 혼미에 빠지는 것이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술자리. 유쾌하지 않은 일로 상쾌하지 않은 을미 첫날을 마감하는 귀갓길은, 복잡하게 얽켜버린 이런저런 생각들을 헤치며 딛는 신명 나지 않는 그저 귀소의 본능. 모로 누워 쪼그라진 어깨 통증으로 눈 뜨니, 또 개처럼 쓰러져 잠들어 있는. 그러면서 터진 신음 같은 탄식, "에이, 새해 첫 밤을 이건 아니잖어..." 그렇게 맞고 보낸 첫날. 어제는 어제고... 갈.. 2025. 1. 30. 서설(瑞雪) 내리는 세밑의 밤에. 설 차례상 장을 보고 돌아오니 허기.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통의 그릇들. 달그락거리기는 귀찮고, 구정물에서 건진 다이소 냄비를 훠이 헹궈 라면을 삶는다. "이런 날은 라면에 쐬주 한 잔 곁들이면 쵝오지!" -라고, 되뇌는 건 라면으로 때우는 저녁밥을, 쐬주를 매개(媒介)로 합리화하려는 자의의 핑계임이 다분하다. 삼월이 언니 장 보는 동안 매장을 어슬렁거리다가 눈에 들어온 쐬주. 한눈에 봐도 맛있게 생겼는데, 들었다 놨다 몇 번 하다가 그냥 왔더니 그 잔상이 남은 탓도 있겠다. 사다 놓은 쐬주가 다 떨어진 줄 알았더니, 부엌 바닥에 먼지 뒤집어쓴 놈이 한 병 있다. 빨간 뚜껑 이슬이를 먹다 보니 눈에 두지 않고 지냈다. 착한 놈이다. 착하니 싱겁다. 그래서 반주로 반병만 먹으려던 것을 다 .. 2025. 1. 28. 에헴~! 띠 나이, 호적 나이, 만 나이, 윤석열 나이. 용불용설이라고 했는데, 언제인가부터 산술적 사고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지낸 데다가 노화에 따른 뇌 기능 저하까지 닥치고 보니 도통 내 나이가 몇 살인지 가늠하는 것이 헷갈린다. 엊그제 친구와 마주 앉은 술밥자리에서 "아직은 50대"라고 호기롭게 주장했더니, 구글 검색창에 나도 모르는 사이 "60대"로 바뀌어 있다. "이런..." 조선 대표 검색 포털인 네이버에 여쭈니, 형광펜으로 강조까지 하며 못을 박는다. 쳇GPT에게, 또 다른 AI Gemini에게 물어봐도 변함없다. 5자에서 6자로 이제 빼박인 내 나이의 단위 변환의 인정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미 환갑 돈케잌까지 받은 놈이 욕심도 과하기는 하지만, 포털에 노출된 현실의 목도 앞에서는 고연히 .. 2025. 1. 27. 내 눈썹 보기 지금의 내가... 20250124목 人生一路 / 美空ひばり 2025. 1. 25. 만땅.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차안. 아리야에게 재생시킨 1분 듣기, "음악이야말로..." 장례식장 영결식장이 만땅. 돌아와 술밥으로 채운 내 배도 만땅. 만땅의 맘으로 휘돌아 돌아 온 귀갓길의 풍경도 만땅. 202501232610목 美空ひばり-人生一路 -by, ⓒ 술푼 봉수 2025. 1. 24. 긍정의 빛에 대한 반성. 김칫국 한 냄비 끓여 놓았으니 한동안은 되얐고. 내일이 대한이니, 대한 지나면 쑥숙 기온이 올라갈 터이니, 다이소에 가서 아가리 큰 물병 용기 두 개 사다가 나 외엔 한 번도 뜬 자리 없는 단술 나누어 담고 나머지도 큰 통에 덜어 샘 냉장고에 넣어뒀으니 설까지는 걱정 없겠고. 감주 덜으며, "모든 게 귀하던 시절 입에 들어올 것은 없는지 턱이 빠지라 삐약거리던 어린것들 키우던 부모님이, 비록 원 없이 채워주지 못해 마음은 아팠어도 해주는 대로 넣어주는 대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감사하게 받아먹어 주던... 나름 행복하고 보람도 있었겠다"라는 생각. 오후무렵, 민들레님께서 보내주신 톡. "반가워해주시는 마음도 고마운 일이지만, 반가움을 줄 수 있는 실체가 되었음에 대한 감사" 결국은 긍정의.. 2025. 1. 20. 송충이 기르는 남자. 이마에 식은땀 겨우 맺힐 쯤 깜빡 잠들었다가, 화들짝 놀라 세수도 안 하고 잡부. 뒤로 자빠져도 마빡 깨진다더니... 마스크를 챙겨 쓰고 나갔으면 뭣한다냐? 급하게 입느라 그랬는지 잡부 일계장 잠바 지퍼가 고장 났고, 하필이면 현장 계단이 대리석이라 살얼음이 언 데다가 미끄러운 데는 쥐약인 장화를 신었으니 3층 오르내리는 동안 엉금엉금. 사람 참 간사하다. 집으로 돌아와 환복하는데 아랫도리가 썰렁하다. 어디엔가 있겠지만, 두꺼운 아랫바지 찾느라 여기저기 서랍들 들쑤시기 귀찮아 눈에 보이는 여름 추리닝 바지를 입고 지냈는데, 오늘 잡부 나가며 겨울용 추리닝 안에 처음으로 타이츠를 챙겨 입고 나갔다 왔더니만... 마침, 속옷 서랍에 넣어 둔 7부 타이츠는 찾느라고 헤집지 않아도 되니 얼른 챙겨 입고.. 2025. 1. 14. 같이 삽시다. KBS [인간극장] | 2013.10.11 뒤집어 쓴 이불 안에 송장처럼 누웠을때 나를 찾아 온 알고리즘, 십 년 전 방영 된 드라마 당시 아이들 보면, 나랑 동년배이거나 나이 차가 난 데도 얼추 4~5년 내 일 듯한데... 지금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 이미 머리 굵은 아이들 있는 집으로 재혼해 지극정성으로 살피는 동남아 출신의 부인은 건강할까? 큰 아이는 바람대로 염전의 가업을 물려받았겠고... 식구들 모두의 얼굴에서 뚝, 뚝 떨어지는 착함.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건네는데, 계량의 기준은 무엇인지 생각한 날. 그 기준은 받는 이와 건네는 이 중 누가 되어야 옳은 것일까? 생각한 날. 각기 다른 원자의 두 구체가 화학적 결합 없이 단지 현생이라는 시공을 물리적으로 공유하며 지내는 거라면.... 2025. 1. 12. 푹하다 날이 진짜 추워지니 오히려 추운 것을 모르겠다. 전열기를 틀었고, 가스스토브도 틀었고, 석유스토브도 틀은 데다가 겉옷까지 하나 껴입었으니 지금 나는 평소보다 오히려 따땃하다. 그러하니, 시도 때도 없이 시리던 발과 무릎과 그리하여 웅크린 어깨가 도대체 무엇이었냐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 궁상은 내가 선택한 지극히 자의적 행동이었지 않았냐는 말이다. 누가 등을 떠밀었거나, 누가 잡아끌지 않았는데도 내 발에 내가 꼬여 혼자서 자빠져 징징거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는 말이다. 그리 따져보면, 극한의 허허 꼭두에 오르기 전까지는 산 아래의 그 모든 것이 극한이라고 착각하고 지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추운 날 정작 하나도 춥지 않고서야, 그간의 곱은 손이 자의적 궁상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추운.. 2025. 1. 11. 잡부 시무식 20250107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마지막 남은 라면, 오뚜기 참깨 라면을 삶았다. 몇 조각남은 흰떡도 쏟았다. 할머님 제사에 고인 지피떡, 일삼아 챙겨 먹을 일은 없는데 조만간 곰팡이 필 형편이다. 정성 들인 음식을 그렇게 버리기는 찝찝한 일이고. 가위 닦을 일이 싫어 손으로 뚝뚝 잘라 넣었다. 배고프지 않으니 일삼아 챙기지 않았던 때. 자신물통에 담가 놓았던 냄비를 도로 건져 물로 휘이 헹궈 그렇게 꿀꿀이 죽을 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수저를 내려놓고 꼼지락거리는 사이 저녁이 후다닥 왔다. 오야께서 잡부 시무식 한다고 나오라신다. 술밥 먹는 주점 밖으로 펑펑 눈이 쏟아진다. 대문을 밀치고 들어서면서 마주한 바람종 "아침의 고요"에 맘이 꽂혔다. 요 며칠, 청정한 이놈의 소리가 얼마나 .. 2025. 1. 8.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