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ㅁ안방' 카테고리의 글 목록
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낙서/ㅁ안방23

구시렁. 오후부터 평상의 기온으로 회복될 거라는 예보였지만, 잡부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역 광장의 바람이 맵다.  대갈통을 빡빡 민 탓에, 귀때기가 얼얼하다. 푼수 오반장이다.  잘 익은 새 김치통을 헐어 소분해 놓고, 순댓국을 끓여 저녁을 먹고, 발치로 상 밀어 놓고, 픽. 부스스 일어나 안경을 찾아 쓰고 티브이를 끄고 거실과 안방의 불도 끄고 서재 석유스토브를 켜놓고 이를 닦는다.  커피를 들고 서재로 들어서는데 금방 데워진 마르고 훈훈한 공기.  '언제, 어디였더라?'  '-그래, 말 번 근무를 마치고 들어서던 내무반...'  패치카 분탄을 개고 반합에 끓인 라면을 안주로, 반합 따까리에 따라 몰래 먹던 소주.  남들은 다 맛보는 그 별미의 시간을 왜 갖지 않았을까? 영양가 없이 까칠했다.  지금 문득 생.. 2025. 2. 25.
하치장(荷置場) 안방 돌침대에 전원을 넣어두고도 대낮처럼 밝힌 형광등 아래 거실 바닥에서 밤새 비몽사몽했는지... 누가 시킨다고 할 일인가?   네 시 반.  더 누워있어야 별 볼 일 없다.    씻고 건너와 쌀 몇 줌 씻어 밥을 안치고 설거지를 달그락거리는데,  기특도 하지!  독거노인 영양 보충하시라, DHA 덩어리라는 고등어 보일드 한 깡을 누가 가져다 놓으셨다. 껍띠기에 슨 녹은, 숫기 없어 선뜻 건네지 못하고 망설이던 순진한 시간의 표징이겠지.  측은지심,  긍정만을 걸러내는 생존 본능의 반투막(半透膜)일 게야. 그제,  장지 밥차에 마주 앉은 환이 형이 버킷리스트 오로라를 마주한 감상을 풀어내며,  "빙하가 녹는 속도의 심각함"을 설파했는데.  그때 나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내 새끼에 새끼에 새끼의 언제 .. 2025. 2. 24.
휘청이다. 우르르 쏟아져 나와 나를 휘청이게 하였는데,  그대로 벌거숭이로 충실하기엔 시간의 땅끝이 지척에 있는 것이다. 나는 버려진 종이처럼 쓸려 다니던 느슨한 거리에서 돌아와,  따뜻한 찻잔을 움켜쥐고 벗어 던진 옷을 주섬주섬 입는 것인데.  그러하며 읊조리기를,  "나의 억지에 갇혀 그리움이 되어버리는. 오, 창살 안의 사랑은 참으로 미안함이지..."    202502222538토 2025. 2. 23.
눈 내린 아침. 초대받은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옆으로 샐까? 말까? 고민하다가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 귀찮아 그냥 복귀) 저고리 주머니에서 입술 보습제를 꺼내놓는데, 문득 떠오른 이미지. 알 수 없는 이유의 각인에 매달려 빼니를 들고 거울 앞에 서는 것으로 마감한 하루. 밤사이 마당에 눈이 오셨다.  옛 어른들 계셨으면 "불 달쿤다"고 지청구 먹었을 일인데, 밤새 현관 앞 외등이 켜있었나 보다.  커피를 타 서재에 들었을 때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  '????'  누가 이 시간에 전화야? '아.. 스토커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인지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폰을 열어 보니 장편 소설 한 편이 앞서 도착해 있다. "로또 맞았다" 여길만큼, 누구를 막론하고 여간해서는 통화하기 힘든 나.  화장실 다니러 간 사이에 문자.. 2025. 2. 22.
황소 개구리 울던 날. 술밥을 먹고 후식 탄수화물을 찾아 인적 끊긴 거리를 헤매다가,  어찌어찌 짬뽕라면에 곁들인 김밥.  마지막 두 토막을 밀어 넣지 못할 만큼 저만치서 와르르르 몰려들고 있는 급똥의 해일.  아래위 가릴 것 없이 밥통에서 대장까지 황소개구리가 올라탄 노킹(knocking·爆燃) 오토바이가 질주한다.  "아예 역 공중변소에 들렀다가 갈까?"  괄약근의 능력을 믿기로 하고 보폭을 넓혀 경보를 한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커지는 황소개구리의 울음과 연소 불량의 오토바이.  "최후의 순간까지 괄약근을 독려하라!"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를 막기 위해 바짝 틀어쥔 식은땀 나는 자기 최면. 대문을 밀치고 마지막 고지를 향해 보폭을 최대한 줄여 두 다리를 종종 교차하며 바깥채 문을 열려는 순간,  화장실 창에서 새어 나.. 2025. 2. 21.
바람 맵던 날. 바람 맵던 우수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역 광장 차가운 돌 의자에 앉아 바람을 안고 담배를 먹었다. 광장으로 걷는 동안 근처 찻집에 들를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이 냉정하고 칼칼한 바람을 저만치서 바라보는 것은 낭비다.  물론, 같은 시간 다른 어느 곳에서 생계의 품팔이에 손발이 곱았을 이들을 생각하면 배부른 감상이라고 욕먹을 일이다. 하지만 난, 반쯤은 들고 나는 우주 운행의 담담한 순환에 반발할 수 없는 미미한 존재에 대한 무기력한 염세에, 반쯤은 두 계절이 치열하게 교차하는 절정에 동물적으로 매달리는 지금이라는 실체에 충실하게 두 발을 딛고 섰을 뿐이다. ★~詩와 音樂~★ 문턱 / 성봉수문턱 / 성봉수 춘분날의 외출 내 온당한 오버코트가 때 모르는 거적때기로 변하는 경계 어제의 고치가 희떠운 눈덩이.. 2025. 2. 19.
인생은 즐거워라~♬ 보내지 않은 오늘이 우수에 닿았다.    약간의 공복감.    맛난 커피를 넘기며 생각한다.  "B급"  B급으로 사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B급 음악, B급 갬성, B급 사랑, B급 이별, B급 그리움, B급 섭생, B급 상상, B급의 삶... "여지 혹은 틈"  ... 그렇게 덜 조인 나사로 에누리 있게 사는 것도. ★~ 詩와 音樂 ~★ 내가 누구의 무엇이 될까 / 성봉수내가 누구의 무엇이 될까 / 성봉수 그날이 그 사람이 내게로 와 詩가 되었네 나는 흐린 날의 구름 속에 머물다 낙조처럼 잊혀 가는데 나의 오늘아, 나의 사랑아, 누가 나를 기억하여 詩가 되겠나sbs150127.tistory.com  202502172938월  제시-인생은즐거워 -by, ⓒ 춤추는 봉수 2025. 2. 18.
"어,"하면 늦다. "계단으로 물이 쏟아져요!"  1호 사장님 전화를 받고 올라가니 "물바다" 화장실 세면대 근처 아래 타일 틈으로 콸콸 쏟아지고 있는 물.  "허... 벽 안에서 물이 터졌으니, 만만한 일이 아닐세!"  창고에 가 공구를 챙겨 나오다가,  "ㅉㅉ, 일은 이미 벌어졌고..."  방으로 들어가 식모커피를 타 천천히 먹으며,     기타 등등의 경우를 일단 연상하고.  머릿속에 그린 그림에 쓰일 공구와 부속을 챙겨 다시 올라갔다.  물을 뿜어내던 타일 한 조각을 철거하니 배어 나오는 물이다. 즉은, 누수 배관의 정확한 지점이 확인 불가라는 얘기다. 담배를 물고 앉아 천천히 설비된 배관의 경로를 추측하니, 드레인시켜 놓았던 수도꼭지와 연결되는 T자 연결구에서 이상이 생긴 것 같은데. 그걸 해결하려면 대여섯 장 정.. 2025. 2. 16.
달로부터의 최면 한양 다녀와 그냥 들어가기는 서운하고.  주문한 술밥이 나오기 전, 약국에서 챙겨 온 겔포스 한 봉을 빨아 넣으며... (이누마! 속이 아프면 먹지를 말으야쥐, 골로 가겠다고 애쓰는구나...) 쏘맥 한 세트 깔끔하게 털고 일어나 집으로 가는 길.  구름 사이로 보름달이 빼꼼하게 얼굴을 보이신다. "올해는 못 보는 줄 알았더니..."  (사랑하게 하소서! 내 사랑을 믿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새끼들부터, 십 리를 지났어도 발병 나지 않은 사람까지, 사랑하는 모두가 딛는 걸음, 돌부리를 거두거나 떨쳐 나아가게 하소서!)  손을 모두고 돌아서는데, 보름달과의 대면이 횡재라도 맞은 것처럼 기분 좋다.  달의 요정이 어깨에 날개라도 얹어준 듯 이렇게 기분 좋은 데 빈손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  "밥때는 지났으니 .. 2025. 2. 14.
똥물 속 커피, "휴식 끝! 잠수!" 다 저녁에 늦은 점심으로 라면을 막 삶았을 때, 걸려 온 전화.  술밥을 먹고 돌아오다가, 구도심으로 건너서는 철로 위 육교에 잠시 멈춰서 담배를 문다.  "미팅을 단 두 번 밖에는 해보지 못한 대학 4년이 억울하다"던, 조금 전 친구의 푸념을 떠올린다.  "자기가 점찍은 짝이랑 연결되지 않았다고 빵 몇 조각 먹고 서둘러 미팅을 파투놓았던..." 새 주막거리 황 뭐시기 놈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도 참 웃기는 놈이다. 한 명이 모자란다는 하소연에 끌려 나가 혼자만 다른 교복을 입고 뻘쭘하게 앉았다가 싱겁게 뒤돌아섰던 내 유일무이의 미팅. 그때 마주 앉았던 하얀 교복의 C 여고 단발머리 가시내들, 지금은 모두 할머니가 되어있을 텐데...  기억은 도대체 어디에 꼭꼭 숨어 있다가 이렇게 불쑥 나타나는 걸까?.. 2025. 2. 12.
여백의 길 약 타러 병원 다녀오는 길.  바람이 어찌 맵던지 모른 척 그냥 들어오기 아깝다. 찻집에 홀로 앉아,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은 이 오래된 도시의 역광장과, 닿고 떠나는 기차에서 내려 총총히 사라지는 사람들을 한 시간 남짓 바라본다.  바람에 등을 떠밀리며 오래된 집 마당에 들어섰을 때,  어쩌면 이 계절의 마지막 수태(受胎)가 만삭의 몸을 풀기 시작한다. 어젯밤(이거나 오늘 새벽), 그 오밤중.  자리에 누워 잠을 위한 의식, 유튜브 숏폼을 비몽사몽 긁어 올리는데.  유명인의 라이브 방송이 알고리즘에 떴다.  "이 양반은 이 시간에 잠 안 자고 뭔 라이브랴?"  도대체 무슨 콘텐츠인지 궁금해 시청하기를 누르고 들어가니 이어서 바로 뜨는 팝업창.  [ 이 방송에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뭐, 대충.. 2025. 2. 7.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네이놈 인물정보에 등재된 사진,  40대의 나. 지금의 내가 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젊기는 했다.  그제, 떨어진 스킨 주문하며 함께 시킨 크림(?) 마데카솔의 효과는 신뢰하고 있던 터였는데, 60년 묵은 산삼 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말도 있던 터에 1+1 판매 상품이 눈에 띄어 함께 주문했다. 마데카솔:병풍잎 추출물 제재의 약인데, 분말 제재는 욕창 환자 치료의 비기로 간병인들끼리만 쉬쉬하며 공유하던 정보다. 둘째 간병하던 그때 그 아줌니들은 이 분말 제재 마데카솔을 "문둥이 약"이라고 불렀는데, 하반신 깁스를 한 일곱 살 어린 딸의 엉치 부근에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것을 보고 근심하는 내게만 특별하게 건네주었던 귀엣말. 도착한 연고와 젊은 날의 내 모습을 번갈아 보며 읊조린다. "쩝, 죽은.. 2025. 2. 3.
기우(杞憂) 부엌 냉장고의 다 먹은 김치통과 샘 냉장고의 새 김치통을 바꿔 놓느라 꼼지락거리다가 허리가 뜨끔.  몸져누울 상황은 아니었어도 까딱하면 "동티났다"는 오해받기 십상이라는 생각에 남도 문상을 위해 예매했던 차표를 무르고. /금  눈 때문에 미뤘던 성묘 다녀오기로 한 날.  산그늘을 제외하고는 눈은 얼추 녹았고, 발길 없는 임도는 아직 녹지 않아 딴딴한 덕에 대주 차로 오후에 둘이서 후다닥./토 내일이 입춘. ★~詩와 音樂~★[詩集 『너의 끈』] 그리울 눈 / 성봉수그리울 눈 / 성봉수 숭숭 뚫린 허기의 뼛속으로 채워지는가난의 눈꽃이여 그것은,불구녕으로 다져야 할 채념의 탄가루.반기지 못한오늘의 서글픔, 얼음 틀에 곱게 곱게 재워 놓았다삼복 더위sbs150127.tistory.com 입춘 추위 지나면 꽃피는.. 2025. 2. 2.
혹부리 영감 이야기. 어른들 안 계신 자리.  ↘해마다 차츰차츰 뒤로 밀리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정오가 다 되어 올리는 차례에 대한 무력한 노여움.  ↘칭얼거리는 아이처럼  시도 때도 없이 보내는 주취의 문자에 이은 예고 없는 김 가의 방문, 새해 첫날이니 혼자 차분하게 근신하며 보내려고 했는데... 벽두부터 술의 혼미에 빠지는 것이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술자리. 유쾌하지 않은 일로 상쾌하지 않은 을미 첫날을 마감하는 귀갓길은,  복잡하게 얽켜버린 이런저런 생각들을 헤치며 딛는 신명 나지 않는 그저 귀소의 본능. 모로 누워 쪼그라진 어깨 통증으로 눈 뜨니,  또 개처럼 쓰러져 잠들어 있는. 그러면서 터진 신음 같은 탄식,  "에이, 새해 첫 밤을 이건 아니잖어..."  그렇게 맞고 보낸 첫날. 어제는 어제고...   갈.. 2025. 1. 30.
서설(瑞雪) 내리는 세밑의 밤에. 설 차례상 장을 보고 돌아오니 허기.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통의 그릇들. 달그락거리기는 귀찮고, 구정물에서 건진 다이소 냄비를 훠이 헹궈 라면을 삶는다.  "이런 날은 라면에 쐬주 한 잔 곁들이면 쵝오지!"  -라고, 되뇌는 건 라면으로 때우는 저녁밥을, 쐬주를 매개(媒介)로 합리화하려는 자의의 핑계임이 다분하다.  삼월이 언니 장 보는 동안 매장을 어슬렁거리다가 눈에 들어온 쐬주. 한눈에 봐도 맛있게 생겼는데, 들었다 놨다 몇 번 하다가 그냥 왔더니 그 잔상이 남은 탓도 있겠다.  사다 놓은 쐬주가 다 떨어진 줄 알았더니, 부엌 바닥에 먼지 뒤집어쓴 놈이 한 병 있다. 빨간 뚜껑 이슬이를 먹다 보니 눈에 두지 않고 지냈다. 착한 놈이다.    착하니 싱겁다.  그래서 반주로 반병만 먹으려던 것을 다 .. 2025. 1. 28.
에헴~! 띠 나이, 호적 나이, 만 나이, 윤석열 나이.  용불용설이라고 했는데, 언제인가부터 산술적 사고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지낸 데다가 노화에 따른 뇌 기능 저하까지 닥치고 보니 도통 내 나이가 몇 살인지 가늠하는 것이 헷갈린다.  엊그제 친구와 마주 앉은 술밥자리에서 "아직은 50대"라고 호기롭게 주장했더니, 구글 검색창에 나도 모르는 사이 "60대"로 바뀌어 있다.  "이런..."  조선 대표 검색 포털인 네이버에 여쭈니, 형광펜으로 강조까지 하며 못을 박는다. 쳇GPT에게, 또 다른 AI Gemini에게 물어봐도 변함없다. 5자에서 6자로 이제 빼박인 내 나이의 단위 변환의 인정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미 환갑 돈케잌까지 받은 놈이 욕심도 과하기는 하지만, 포털에 노출된 현실의 목도 앞에서는 고연히 .. 2025. 1. 27.
내 눈썹 보기 지금의 내가... 20250124목 人生一路 / 美空ひばり 2025. 1. 25.
만땅.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차안.  아리야에게 재생시킨 1분 듣기,  "음악이야말로..."  장례식장 영결식장이 만땅.  돌아와 술밥으로 채운 내 배도 만땅.  만땅의 맘으로 휘돌아 돌아 온 귀갓길의 풍경도 만땅.   202501232610목  美空ひばり-人生一路  -by, ⓒ 술푼 봉수 2025. 1. 24.
긍정의 빛에 대한 반성. 김칫국 한 냄비 끓여 놓았으니 한동안은 되얐고.  내일이 대한이니,  대한 지나면 쑥숙 기온이 올라갈 터이니,  다이소에 가서 아가리 큰 물병 용기 두 개 사다가 나 외엔 한 번도 뜬 자리 없는 단술 나누어 담고 나머지도 큰 통에 덜어 샘 냉장고에 넣어뒀으니 설까지는 걱정 없겠고.  감주 덜으며,  "모든 게 귀하던 시절 입에 들어올 것은 없는지 턱이 빠지라 삐약거리던 어린것들 키우던 부모님이, 비록 원 없이 채워주지 못해 마음은 아팠어도 해주는 대로 넣어주는 대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감사하게 받아먹어 주던... 나름 행복하고 보람도 있었겠다"라는 생각.   오후무렵, 민들레님께서 보내주신 톡.  "반가워해주시는 마음도 고마운 일이지만, 반가움을 줄 수 있는 실체가 되었음에 대한 감사"  결국은 긍정의.. 2025. 1. 20.
송충이 기르는 남자. 이마에 식은땀 겨우 맺힐 쯤 깜빡 잠들었다가, 화들짝 놀라 세수도 안 하고 잡부.  뒤로 자빠져도 마빡 깨진다더니...  마스크를 챙겨 쓰고 나갔으면 뭣한다냐?  급하게 입느라 그랬는지 잡부 일계장 잠바 지퍼가 고장 났고, 하필이면 현장 계단이 대리석이라 살얼음이 언 데다가 미끄러운 데는 쥐약인 장화를 신었으니 3층 오르내리는 동안 엉금엉금. 사람 참 간사하다.  집으로 돌아와 환복하는데 아랫도리가 썰렁하다.  어디엔가 있겠지만, 두꺼운 아랫바지 찾느라 여기저기 서랍들 들쑤시기 귀찮아 눈에 보이는 여름 추리닝 바지를 입고 지냈는데, 오늘 잡부 나가며 겨울용 추리닝 안에 처음으로 타이츠를 챙겨 입고 나갔다 왔더니만... 마침, 속옷 서랍에 넣어 둔 7부 타이츠는 찾느라고 헤집지 않아도 되니 얼른 챙겨 입고.. 2025. 1. 14.
같이 삽시다. KBS [인간극장] | 2013.10.11 뒤집어 쓴 이불 안에 송장처럼 누웠을때 나를 찾아 온 알고리즘, 십 년 전 방영 된 드라마  당시 아이들 보면, 나랑 동년배이거나 나이 차가 난 데도 얼추 4~5년 내 일 듯한데...  지금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  이미 머리 굵은 아이들 있는 집으로 재혼해 지극정성으로 살피는 동남아 출신의 부인은 건강할까?  큰 아이는 바람대로 염전의 가업을 물려받았겠고...   식구들 모두의 얼굴에서 뚝, 뚝 떨어지는 착함.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건네는데, 계량의 기준은 무엇인지 생각한 날.  그 기준은 받는 이와 건네는 이 중 누가 되어야 옳은 것일까? 생각한 날.  각기 다른 원자의 두 구체가 화학적 결합 없이 단지 현생이라는 시공을 물리적으로 공유하며 지내는 거라면.... 2025. 1. 12.
푹하다 날이 진짜 추워지니 오히려 추운 것을 모르겠다.  전열기를 틀었고, 가스스토브도 틀었고, 석유스토브도 틀은 데다가 겉옷까지 하나 껴입었으니 지금 나는 평소보다 오히려 따땃하다. 그러하니, 시도 때도 없이 시리던 발과 무릎과 그리하여 웅크린 어깨가 도대체 무엇이었냐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 궁상은 내가 선택한 지극히 자의적 행동이었지 않았냐는 말이다. 누가 등을 떠밀었거나, 누가 잡아끌지 않았는데도 내 발에 내가 꼬여 혼자서 자빠져 징징거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는 말이다. 그리 따져보면, 극한의 허허 꼭두에 오르기 전까지는 산 아래의 그 모든 것이 극한이라고 착각하고 지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추운 날 정작 하나도 춥지 않고서야, 그간의 곱은 손이 자의적 궁상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추운.. 2025. 1. 11.
잡부 시무식 20250107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마지막 남은 라면, 오뚜기 참깨 라면을 삶았다.  몇 조각남은 흰떡도 쏟았다.  할머님 제사에 고인 지피떡, 일삼아 챙겨 먹을 일은 없는데 조만간 곰팡이 필 형편이다. 정성 들인 음식을 그렇게 버리기는 찝찝한 일이고. 가위 닦을 일이 싫어 손으로 뚝뚝 잘라 넣었다.  배고프지 않으니 일삼아 챙기지 않았던 때.  자신물통에 담가 놓았던 냄비를 도로 건져 물로 휘이 헹궈 그렇게 꿀꿀이 죽을 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수저를 내려놓고 꼼지락거리는 사이 저녁이 후다닥 왔다.  오야께서 잡부 시무식 한다고 나오라신다.  술밥 먹는 주점 밖으로 펑펑 눈이 쏟아진다. 대문을 밀치고 들어서면서 마주한 바람종 "아침의 고요"에 맘이 꽂혔다. 요 며칠, 청정한 이놈의 소리가 얼마나 .. 2025. 1. 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