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형편으로 진학을 포기하고 빵 공장에 취직한 어린 꽃.
반죽기에 빨려 들어가 펴 보지도 못하고 갈려지고 말았다는 뉴스.
냉면집 주방 반죽기에 한쪽 팔을 내준, 갓 서른을 넘겼던 친구 처남댁.
대타 근무 출근했다가 집채만 한 롤러에 목장갑 끝이 물려 남은 삶의 시간이 송두리째 빨려 들어가 버린, 3교대 제지공장의 그 뭐시기 아빠와 초지 펄프 믹서기에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뭐시기 아저씨.
양생 스팀 도크에 갇혀 찜이 되어 버린 거기 흄관 공장의 뭐시기 아저씨.
할머니 아래 오누이뿐이었다가 오빠는 월남전에서 전사하고 그 후로 까불고 다녔다는 그 누나.
멈추지 않은 기차에서 뛰어내리다가 철길로 떨어져, 피투성이 한쪽 허벅지와 한쪽 팔뚝이 덜렁덜렁 매달린 채 역 지하통로 입구 화장실 근처에 가마니에 덮여 있던 그 누나. 그렁그렁 눈물을 머금고 초점 잃은 두 눈을 껌뻑거리던 긴 머리의 그 이쁜 누나. 사람들의 성화에 소화물 청소 아저씨 리어카에 실려 광장을 가로질러 어디론가 사라진 그 누나.
...어린 꽃의 낙화가 풀어버린 내 마음 아픈 기억의 실타래.
그렇게 마음 한쪽에 먹구름처럼 번진 무거움을 안고 술밥 먹고 돌아와, 내 일 아닌 것들로부터 돌아누워 잠들고.
잡부 길에 모처럼 마주한 휴암 가로수길의 풍광.
스쳐 가는 짧은 순간에 창가에 턱을 괴고 이런저런 생각.
일 마치고 돌아와,
씻고 저녂 챙겨 먹고 뉴스 보고 담배 먹고.
그저,
살아 있으니...
202210162604일
The_Beatles-Let_It_Be
잡부 나가려면 자자.
살아 있으니...
-by, ⓒ 詩人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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