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배가 안 고팠고요.
그러다가 갑자기 고팠고요.
그때가 밤 11시쯤이었고요.
그래서 고추장에 썩썩 비벼 첫 끼이자 마지막 끼를 맛나게 먹었고요.
그리고 언제인지 모르게 잠들었고요.
잠들었다 깨니 네 시 반이었고요.
'지금이 밤여? 낮여?' 갸웃했고요.
문을 열어보니 밤이었고요.
그래서 그 자리서 그대로 또 잤고요.
그제 일이었고요.
식전에 일어났고요.
어제 밥 안 준 어항에 사료부터 챙겨 줬고요.
아침부터 밥 챙겨 앉았고요.
우물거리며 달력을 보니 장날이었고요.
사용기한 5년쯤 지난 온누리 상품권 챙겨 나갔고요.
김 한 톳하고 맥반석 누른 오징어포 샀고요.
야채 박스에 반 토막 조금 안 되게 남겨 놓은 무가 생각났고요.
조만간 썩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요.
물릴랑 말랑, 몇 끼 남은 배추된장국 생각이 났고요.
그래서 세 마리 만 원에 오징어 샀고요.
담배 사러 마트 들렀는데 새로 개업해서 장가방을 줬고요.
서비스받으니, 오토바이센터에서 체인에 폐유 찍어 바르는 데 쓰는 것 같이 헤벌쭉한 칫솔이 생각났고요.
그래서 칫솔을 함께 샀고요.
집으로 돌아오며 주차한 지 오래인 차 배터리 방전될 때쯤 되었다는 생각 들었고요.
장가방 든 채로 차로 가서 어차피 시동 켠 김에 끌고 야외 저수지 한 바퀴 슬슬 돌았고요.
돌다가 커피숍에 들려 한데 앉아 담배 세 대 먹을 만큼 앉았다가 돌아왔고요.
내가 차 뺀 자리에 누가 막 주차하고 있었고요.
다른 곳에 주차하고 장가방 들여놓고 되짚어 나갔고요.
나가서 쐬주 두 병 먹었고요.
빈속을 짜르르 훑는 감각이 좋았고요.
안주 없이 생맥주 두 잔으로 입가심하고 돌아왔고요.
시름 없이 핸디 청소기에 꽉 찬 멎지 털어 냈고요.
그리고 그대로 잠들었고요,
어제 일이었고요.
잠들었다가 눈 뜨니 한 시 반이었고요.
생각났을 때 장 본 것 뒤처리해야것다 생각했고요.
배추된장국을 다른 냄비에 덜었고요.
무 꺼내 껍질 벗기지 않고 쓱쓱 씻어 썰어 된장국 담겼던 전기밥솥 리필 내솥에 담아 물 받아 불 댕겨 놓았고요.
냉동실에 썰기 딱 좋게 꾸덕꾸덕 언 오징어 꺼냈고요.
다리랑 몸통 두 마리는 썰어 체에 밭쳐 씻어 끓고 있는 솥에 물 한 대접 더 붓고 집어넣었고요.
나머지 몸통은 썰어 씻어 비닐 팩에 납작하게 담아, 다음에 데쳐서 초고추장 만들어 쐬주 안주하려고 냉동실에 넣어뒀고요.
팔팔 끓고 있는 솥에 마늘, 파, 매운 고춧가루를 넣고 볶은 왕소금과 미원으로 간 맞춰 달으라고 불 줄여 놨고요.
김 열다섯 장 전자레인지에 바싹하게 궈서 한입 거리로 썰어 용기에 담아 뒀고요.
맥반석 오징어 채반에 담아 거실로 들어왔고요.
퍼질러 앉아 걸레처럼 둘둘 말린 오징어 펴서 먹기 좋게 쪽쪽 찢어 잡곡 담겼던 플라스틱 통 두 개에 나눠 담아 냉동실에 넣어뒀고요.
참,
찢는 동안에 가끔 질겅질겅 몇 첨 먹었고요.
'술 참, 그지처럼 처먹네...'
질겅질겅 씹으며 쪽쪽 찢으며 혼자 중얼거렸고요.
오징어 국이 기똥차게 시원하게 끓여졌고요.
시원하긴 헌디, 물을 너무 많이 잡아 멀떡국이 되었고요.
그래도 나 혼자 먹을 거니 상관없는 일이고요.
간을 보며 또 생각했고요.
'술도 그지처럼 처먹는다'
그리고 커피 탔고요.
담배와 재떨이 챙겨 서재로 들어왔고요.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게 커피 한 봉을 다 탔고요.
그랬더니 뒷맛이 떫떠름하니 맛있고요.
방금 건너채에서 삼월이 언니 기척 하는 소리 들렸고요.
지금 나는 속이 조금 쓰리고요.
'술 참 따순 밥 먹고 구저분하게 처먹었다'
또 생각하고요.
방 안 매트에는 괜스레 불 넣어놨네 생각하고요.
칫솔은 맘에 딱 들고요.
202301100700화
김수철-정신차려
하이...속 씨리고 맘은 구질구질하고!
'낙서 > ┗(2007.07.03~2023.12.3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지경 속. (0) | 2023.01.14 |
---|---|
많이 울다. (0) | 2023.01.13 |
망월폐견(望月吠犬) (2) | 2023.01.08 |
개봉수, 일 저지르다. (1) | 2023.01.06 |
짜다. (1) | 2023.01.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