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폐견(望月吠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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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망월폐견(望月吠犬)

by 바람 그리기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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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두깨 같은 새벽 술.
 새벽 무렵이나 오밤중에 출출하거나 꿀꿀하면 쓰레빠를 끌고 슬렁슬렁 찾아 앉았다 오던, 집 근처에 포장마차-똥집 볶음. 주꾸미, 오징어 데침. 닭발... 먹고 싶다. 안주 같던 포장마차 형수 넋두리도 그립고...-촌이 쇠락한 구도심의 모습처럼 사라진 지 오래이니, 홍두깨 같은 일이다. 
 일곱 시 무렵 자리에 누워 여느 날처럼 열 시 반에 눈을 뜨고도 남들 하는 반 공일 흉내 내느라 열두 시까지 난방 텐트 밖으로 나서지 않고 둥글 거렸다. 둥글 거리다가 커피 먹을 겸 서재에 두고 나온 담배 찾으러 가다 거실 거울 앞에 멈춰 섰다.
 '빡빡으로 밀어버릴까?'
 얼굴이 호빵처럼 부었다.



 부엌 벽면.
 늘 절 달력이 걸렸지만, 올해는 없는 곳.
 지극정성으로 빌던 어머님의 한 생을 생각했다.
 대가족 일가를 꾸리시면서도 자존과 기품을 잃지 않으셨던 분. 그런 분에게 평생 죄인처럼  두 손을 비벼 빌게 만든 부족함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한다.  그 간절함의 끝에 닿은 곳이 어디일까? 생각한다. 죄인이 되어 용서받거나, 지켜내시거나, 이루신 것이 무엇이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모자람 없는 오늘의 사람을 생각한다. 손 모두울 필요가 없을 만큼 자신만만 당당한 자존감인지, 내일을 외면하는 차안대를 낀 선택시(選擇視)를 하고도 당장의 발끝만 바라볼 정도로 1차원적인 동물적 생존본능이 전부인 성향 때문인지, 내 밖의 나를 인식 못 하는 본태적 미욱함 때문인지 생각한다.
 볕이 쪼인 곳은 과숙하고 뒷면은 솜털도 벗겨지지 않은 채 뿌리에서 먼 가지에 매달렸다 떨어진 기이한 열매, 마당 개도 방 개도 아닌 2% 부족한 삼월이를 생각한다.
 
 부모님이 손 갈퀴로 돌탑을 쌓고 평생의 치성으로 눌러 놓은 고약한 대감,
 무기력의 시간과 맞바꿔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덜어내 깨우고 있는 나를 생각한다. 



 담배 사러 나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횡단보도 앞에서 무심코 올려 본 하늘.
 보름이었나보다.



 저 달이 지고 또 차오르면 설도 지나고 정월 대보름이겠네.

 

 
 20230107토3102

 Pete_Tex-Tuff-비명
 누천년 만에 내 돈 내고 책 세 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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