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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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요지경 속.

by 바람 그리기 2023.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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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미 같은 울렁거림과, 반쯤 담긴 풍선 안의 물처럼 꿀렁거리던 두통은 한 시간쯤 후에 진정되었는데, 그동안에 무엇이 나를 이 요지경 속으로 밀어 넣었는지 곰곰 생각하니 짚이는 것이 있다.
 아침 댓바람에 밥상 차리며 확인한 국.
 오징어국, 된장국 모두 얇은 막이 떠 있었다. 때마다 번갈아 레인지에 돌려먹었으니, 요 며칠 푹한 날씨에 맛이 간 것이 분명하다. 분명해도 어쩔꺼나? 버리기엔 아깝고 한 술 떠보니 아직 시큼하지는 않아 두 솥을 다 팔팔 끓여 불구경시켰는데. 아무래도 확인차 뜬 그 한 술 탓인 듯하다.
 곡기 거를 만큼 심각하지도 않았지만, 딱히 생각이 없어 점심은 건너뛰었다. 저녁에 된장국을 덜어 레인지에 돌리는 동안, 식은 두 국 모두 용기에 담아 냉장고 넣어뒀다.

 서재 컴 앞에 앉으면 기본적으로 예닐곱 개의 창은 열어 놓고 지내는데, 듀얼 모니터 하나가 일 저질러 맛이 갔으니 답답하기가 짝이 없다. 관심도 없던 당근을 깔고, 만만한 매물이 없는지 요 며칠 기웃거리는데. 거기야말로 참 요지경 속이다.
 박물관에도 없는 뒷빡 튀어나온 브라운관 모니터를 올린 사람은 뭐며, 패널 깨져 고장 난 모니터를 올린 사람은 또 뭐며(이 부분은 조금 이해되긴 한다. 똑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대체할 필요 부품을 찾을 수도 있으니...), 모니터 포장했던 빈 종이상자를 팔겠다고 올리는 사람은 또 뭐지? ㅋㅋㅋㅋ
 "남편이 앉았던 자리는 가죽 실밥이 터져서 싸게 올린다"라고 처치 곤란 쇼파 풀 세트를 올린 분은 또 뭐고, 무료 나눔이라며 어디 용역사무실 같은 곳에 놓인 짜글짜글 다 헤진 쇼파를 올린 이는 또 뭐지?
 마치, 판매자와 나랑 단둘이만 대면하고 있는 착각을 하며 '아무리 뒷방 독거노인이라도 내가 그지냐!'라며 혼자 화도 버럭 내고, 그런 내 모습에 낄낄거리기도 하고...
 윤석열이 설 선물이 올라왔다는데, 그건 지극히 정상적인 거래일 정도로 참 알 수 없는 당근 속 요지경이다.

 서울 다녀오며 마주했는데 "...대개 반가웠고 축하, 축하드린다"라고.
 어느 역인지 모르는 곳에서 톡을 타고 점심 무렵 내게 떨어진 사진.



 멋쟁이 시인님.
 낭송가로 전국구 유명인이시니 아마 행사 심사차 움직였지 싶은데...
 '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끝.
 그러고 나서 생각하니 참 심심한 놈이다.
 반갑기도, 그랬어도 사진을 찍기도, 찍었다고 보내기도, 보내며 이런저런 서설을 앞세운 덕담을 함께 건네기도, 나 같으면 선뜻 할 수 없을 텐데...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되돌아오신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반색하는 답장의 배려가 있었어야 했는데.



 내 안에 어떤 대감님이 앉아 계셔 이리 까칠한지,ㅎ 이 또한 참 요지경이다.

 시간이 벌써 이리되었네?
 오늘도 잡문 마무리하기는 글렀네.


 
 20230113금3009
 강수왕-너와 나의고향
 어? 불금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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