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노릇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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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어른 노릇 한다는 것.

by 바람 그리기 2021.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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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에 돌아가신 번암 작은 외할아버지를 뵈었습니다.
 집안 큰 살림을 책임져야 했던 형과 달리 부잣집 둘째 아들로 사랑을 듬뿍 받아 호강하며 컸다는 둘째 외할아버님.
 일본 유학을 다녀온 후, 젊어서부터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다녔다는 할아버지.
 훤칠한 키와 인물.
 도인처럼 유려한 성품.
 그 때문인지, 외종 형제분들도 모두 둘도 없인 인자한 분들입니다.
 근교에 살고 있지만 어르신들 작고한 이후는 왕래 없이 지내왔는데요,
 갑작스레 꿈에 나타나시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왜일까?
 곰곰 생각하다 답을 찾았습니다.
 그제 잡부 간 곳이, 멀리 댁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거든요.

 

 '친척도 얼마 없는 놈이 사람 노릇도 못 하고 참 푼푼하게 산다.'
 댁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했더라니, 그 잠시의 두런거림이 무의식의 바다를 일렁이게 했던 모양입니다.


 왕고모님들은 모두 운명하셨겠고,
 사촌 고모들을 뵌 것도 기십 년.
 내 하나 앞가림하며 신세 안 지고 사는 것도 복이려니 생각하다가도,
 '참, 무심한 세월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꿈에 작은 외할아버님을 뵙고 온 후, 잠시 당신과의 기억을 되짚었습니다.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제가, 잡놈이 되어 애간장 다 녹이던 그 무렵.
 할아버님이 저를 잡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와 시절이 던지는 후회와 사람의 도리 중 효의 중요성"을 화두로 타이르셨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솔직히 고개만 끄덕거렸지 어느 말도 내 것으로 녹아들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랬지. 할아버님은 당신 경험 안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조합해 최고의 말씀을 건네셨을 텐데, 내겐 단 한 구절도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 없으니 그런 것 보면, 어른 노릇을 하는 것이 참 힘든 일이야...')

 우리 아이들.
 아직은 내 침묵의 좌정(坐定)이 "어른 노릇"이 되도록 큰 말썽 없이 자라나 성인이 되어 제 몫을 하고 있으니 고마운 일입니다.
 아직 앞날이 구만리이니 시절시절 돌부리에 걸리는 일이 있겠지만, 지금처럼 "침묵의 좌정"이 내 역활이 되도록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하다는 지금도, 무엇으로 하여 망각으로 침작 되는가?

꿈에 번암 작은 외할아버님을 뵈었다. 뜻밖의 조우(遭遇)가 반갑기를 앞서 당황스럽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Die Traumdeutung)’에서 의도적으로 억제된 기억들이 꿈속에서 다시 등장한다고 주

sbs210115.tistory.com

 

 

 

 
 202103281222일
 *내가 할아버님의 관점에서 그때의 나를 만났으면 무슨 말을 해 줬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니 꼬라지를 보니 글렀다. 아까운 쌀 축내지 말고 얼른 뒤져 뿌려라!. 마지막으로 니 부모·형제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려면 비싼 차에 치여 죽어라! 보상금이라도 타게! 혹시라도 기차에 쳐 죽지는 말어라! 오히려 벌금 내야하고, 누가 니아까 끌고 가서 그걸 끌고 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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