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발라 놓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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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꿀 발라 놓은 남자.

by 바람 그리기 202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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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부터 벼르고 있던 빨래, 외출에서 돌아오며 작정했다.
 샘에서 빨기엔 아직 춥고, 샘 다라에 통째로 언 얼음덩어리를 뒤집어 쏟고 바깥채 욕실로 가지고 들어갔다. 가루비누 풀어 빨래 담가 대충 주물러 놓고 건너와, 라면 하나 삶아 먹고 장화 챙겨 신고 시작이다.
 속옷과 양말만 빠는데도 큰 다라로 가득이다.
 꼬박 두 시간 걸렸다.
 마지막 헹굼 물을 받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



 "아저씨... 저는 아버지한테 한 번도 그런 말 들어본 적 없었는데... 물이 얼마나 들어간다고..."
 퇴근(넥꾸다이 매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한 나에게, 새댁 삼월이 언니가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 푸념한다. 낮에 샘에서 빨래하는데, 수돗물을 틀어 놓고 빨래한다고 시아버지께 꾸지람을 들었단다. 시간이 한참 한참 흐르고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못 쓰게 감추는 줄로만 알았던 빨래집게를 왜 다 걷어 두셨는지도 알게 됐다고 "정말 그때는 너무 아무것도 몰랐다" 했지만...

 콸콸 흐르는 수돗물을 바라보며,
 '참... 볼 것 없이 제 손으로 제 속 옷 한번 빨아 본 적 없었을 보팅이 최고 못난이(손위 처남이 공식적으로 해준 말이다)가 얼결에 결혼하고 애들 낳아 키우며 사람 흉내 내느라 애썼다'

 낼은 일찍부터 남도 먼 길 다녀와야 하니,
 캔맥주라도 하나 먹고 일찍 자야겠다.



 날이 풀렸으니 조만간 커피잔도 가벼운 것으로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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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하며 듣던 폰에 저장된 음악.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
 고무장갑 벗었다 끼는 것도 일인데 '금방 다른 곡으로 바뀌겠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나오는 소리가 점점 가관이다. 가관이니 더 들어보기로 했는데 빨래를 다 하도록 계속이다. 
 세탁기에 탈수를 맡겨 놓고 건너와 식모커피 한잔 타 앉아 살펴보니,  명패까지 달아 일삼아 저장했던 모양인데 기억이 없다.
 4시간 40분, 명패 달아 놓은 날이 2021년 8월이니 적어도 그보다는 한참 전의 일이라는 얘기인데...



 뭐를 탁, 탁, 짚는 소리가 나는 것을 보면, 비가 왔거나 예보가 있었던 날이었나보다.
 밤에 쓰레기 내놓을 때 잠깐 쫓아 나가 바람 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었던, 삼월이가 진짜 개였던 때. 대문을 열자 반기는 삼월이를 앞세워 집 근처를 돌고 들어 온 모양인데, 고성방가는 둘째치고 현관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어찌 저렇게 로그 아웃이 될까?
 코 고는 소리는 애교고 아흔 노인네처럼 숨숨이 끙끙거리는지 원...

 나 같으면 동네 챙피해서 진작에 보따리 싸서 도망갔을 텐데, 꿀 발라 놓은 곳도 없는 내게 들러붙어 있는 삼월이 언니의 정체가 의문부호다.
 내가 아파트 살았으면 워쩔껴?

 

 
 개봉수-주취귀가-사랑없이난못살아요_202108


 202302152540목
 아효... 속이 훑는 것이,
 커피를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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