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를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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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출렁다리를 건너.

by 바람 그리기 2023.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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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꺼 놓은 컴 켜러 서재까지 들어가긴 귀찮고,
 저녁 먹은 설거지하며 듣는다고 폰에서 음악 랜덤 재생시켜 놓고 뉴스 보며 뭉그적거리다가 그 자리서 폭 쓰러져 잠들었다.
당겼던 활시위를 놓으니 그런 모양이다.

 오른쪽에서는 YTN이 떠들고 왼쪽 귀에서는 음악이 떠들고...
 나는 마치 누가 잘하는지 살피는 심판자라도 된 듯, 나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시간의 파동에 양쪽 귀를 번갈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새로 네시가 넘을 때까지 꿈과 생시의 벼랑 끝에 매달린 출렁다리 위에 서 있었다.
 들리는 음악마다 얼마나 달콤하던지,
 아무래도 왼쪽 귀를 조금 더 열고 생시의 벼랑 쪽에 더 가깝게 매달려있었나 보다.
 언제 담겼는지 기억 없는 어머님의 목소리도 들리고, 귀갓길 흐느적거리는 내 휘파람 소리도 들리고, 변도변의 클래식과 사춘기 가시나의 변덕처럼 수도 없이 옮겨 다니던 한때의 18번들도 꼬리를 물고 들리고...
 그렇게, 폰은 폰대로 TV는 TV대로 천장에 형광등은 형광등대로 어항의 물고기는 그들대로. 그들 사이의 나는 나대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도생 하여 맞은 새벽.

 부스스 일어나 건너가 용변 보고 아껴둔 홍차(이상타? 내 기억엔 두 번밖에 안 타 먹었는데, 티백이 두 개밖에 안 남았네?)를 타 서재로 들어왔다.



 메일을 열고, 조수미의 "저 구름 흘러가는 곳"에 남은 밤을 매달고 답신 온 것과 새로 도착한 것들 주욱 살펴보며 날이 밝았다.
 어젯밤 예보에 어딘가는 눈이 오신다고 분명 그랬는데, 어제 아침에 서재 덧창 하나를 열어 놓았는데도 견딜만한 한기인 것을 보면 봄이 오긴 오는 모양이다.

 어제저녁 밥상을 차리며 문득,
 '당신께서 억지로 야참으로 말아주시던 동치미국수, 딱 한 번만 더 먹어보면 좋겠다...'

 속이 쓰린 건지, 고픈 건지,
 슬슬 신호가 오네.



 
 202302150713
 이승재-아득히 먼 곳
 내 뜨겁던 청춘의 18번...

 지난 시간,
 가깝고도 참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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