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늘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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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당신의 하늘 아래에서

by 바람 그리기 202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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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기름장 찍은 똥집이 먹고 싶다.
 이 도시에 포장마차라는 게 없어진 게 오래이니 쓰레빠 끌고 슬렁슬렁 나설 일 없고 배달할 만한 업장 또한 문 닫을 시간이 지난 지 한참이다. 하지만 지난 장 보며 사다 놓은 양파도 있고, 삼월이 언니가 어디서 얻어다 마당 의자에 봉지째 던져 놓고 꾸들꾸들 말라가는 청양고추를 본 기억도 있으니, 똥집만 구하면 된다. ​
 ​편의점에서 주인공을 본 기억을 잡고, 길 건너 동네에서 시작해 역 앞으로 한 바퀴를 돌았지만 결국 손에 들린 건 집 앞 편의점에서 도로 내려놓은 꼬마족발.

 

 '어항 불을 켜고 천장 형광등을 끌까?'
 아주 잠깐 고민했지만, 하루 한 끼로 줄인 사료를 생각하니 그들의 일상을 깨는 게 못 할 짓이다.
 오롯이 내게 닿은 인연의 물소리와 그 바닥에 닿지 못하는 내 짧은 두레박의 끈에 모든 구실을 넘기고 잔을 비웠다.


 편의점 계산대에서 커퍼를 찢고 대문 열쇠가 떨어진다.
 버벅거리는 폰.
 조만간 중고폰 하나 또 알아봐야 될성싶었는데, 이참에 사놓은 새 커버에 침이라도 한번 바르라는 키인듯싶다.

 '허...'
 새것인 탓도 있겠지만, 충전기 단자가 들어가지 않는다.
 계속 쓸 놈이라면 칼집이라도 내서 구실을 찾게 했으련만, 조만간 떠날 놈에게 정 주기 싫다.

 

덕분에 알몸인 폰을 잡고 알몸이었던 아이들을 보며,
내 알몸에 기꺼운 거죽이 되었던 이를 생각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그 흔적 없는 안타까움을….

 

 

☆~ 만추(晩秋)의 허수아비 / 성봉수 ~☆

 만추(晩秋)의 허수아비 / 성봉수  나는 존재하였으나  탑시기로 엮은 쭉정이뿐인 맹자(盲者)의 왕관  다행이면, 희아리 같은 햇살의 누더기 망토를 걸친 집사쯤  어제는 내 덕으로 떠나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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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 목숨 발 디딘 마당이 좁기로 어찌 당신의 하늘도 좁다 하겠나이까.
저의 이 어리석은 좌절과 터무니없는 욕심과 어처구니없는 노함을 부디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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