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름장 찍은 똥집이 먹고 싶다.
이 도시에 포장마차라는 게 없어진 게 오래이니 쓰레빠 끌고 슬렁슬렁 나설 일 없고 배달할 만한 업장 또한 문 닫을 시간이 지난 지 한참이다. 하지만 지난 장 보며 사다 놓은 양파도 있고, 삼월이 언니가 어디서 얻어다 마당 의자에 봉지째 던져 놓고 꾸들꾸들 말라가는 청양고추를 본 기억도 있으니, 똥집만 구하면 된다.
편의점에서 주인공을 본 기억을 잡고, 길 건너 동네에서 시작해 역 앞으로 한 바퀴를 돌았지만 결국 손에 들린 건 집 앞 편의점에서 도로 내려놓은 꼬마족발.
'어항 불을 켜고 천장 형광등을 끌까?'
아주 잠깐 고민했지만, 하루 한 끼로 줄인 사료를 생각하니 그들의 일상을 깨는 게 못 할 짓이다.
오롯이 내게 닿은 인연의 물소리와 그 바닥에 닿지 못하는 내 짧은 두레박의 끈에 모든 구실을 넘기고 잔을 비웠다.
편의점 계산대에서 커퍼를 찢고 대문 열쇠가 떨어진다.
버벅거리는 폰.
조만간 중고폰 하나 또 알아봐야 될성싶었는데, 이참에 사놓은 새 커버에 침이라도 한번 바르라는 키인듯싶다.
'허...'
새것인 탓도 있겠지만, 충전기 단자가 들어가지 않는다.
계속 쓸 놈이라면 칼집이라도 내서 구실을 찾게 했으련만, 조만간 떠날 놈에게 정 주기 싫다.
덕분에 알몸인 폰을 잡고 알몸이었던 아이들을 보며,
내 알몸에 기꺼운 거죽이 되었던 이를 생각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그 흔적 없는 안타까움을….
내 한 목숨 발 디딘 마당이 좁기로 어찌 당신의 하늘도 좁다 하겠나이까.
저의 이 어리석은 좌절과 터무니없는 욕심과 어처구니없는 노함을 부디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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