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람차가 멈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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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대관람차가 멈춘 곳.

by 바람 그리기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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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로 스쳐 지나가던 C시.
 타워크레인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넓은 땅이니 아파트 많이 짓나 보다' 여기며 별스럽지 않게 생각하고 지냈는데...



 잡부 나가 마주한 풍경.
 올해 1만 2천 세대가 내년에는 6000세대가 입주 예정이라니, 그 규모가 엄청나다.
 
 대단위로 조성되고 있는 아파트단지 외에도, 일반 주택·상가들이 이미 많이 들어서 있고 각종 편의 시설도 구색 갖춰 속속 들어서고 있다.



 내 지척에서 세상은 이렇게 무섭게 변하고 있는데,
 쇠락해가는 구도심의 오래된 집 골방 안에서 서캐나 잡고 있는 나는,
 마차 앞의 사마귀 꼴이라는 초라한 자괴감.

 "연세가 어찌 되시는지?"
 건축주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오...'자, 첫 마디가 저절로 빠져나오다 얼굴이 달아오르며 목구멍에 턱 걸린다.
 내 이십 대, 재미 삼아 나서던 노가다판에서 "기쁨도 노여움도 없던, 판화처럼 한결같던 표정의 잡부 노인네들"이 떠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담뱃값 벌러 나선 길을 매한가지인데...
 결국은 시간의 대관람차가 돌아 내가 여기 서있다.

 

 
 20230228수
 Blondie-one way or an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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