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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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잘했소.

by 바람 그리기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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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차례 모시고 성묘 다녀오며 챙겨 갔던 포.
 "반찬이든 국이든 낄여 잡쒀"라며 삼월이 언니께서 부엌에 던져두었는데,
 한두 개도 아니니 냉동실에는 들어갈 공간이 없고, 아무리 귀찮아도 차례 모셨던 제물이 기온 올라가 곰팡이 피어 버릴 지경이 되도록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작정하고 쭈그려 앉았다.



 굵은 토막은 찜을 만들고.



 나머지를 무와 달달 볶고, 손질하고 남은 부산물은 삼베 자루에 담아 함께 우려 국 끓여 뒀고.
 붴에 선 김에 냉동실에 토란대도 하나 꺼내 볶아놨다.



 한동안 찬거리 걱정 없겠다.


 여기저기 삐그덕거리는 몸이 영 회복이 안 된다.
 그래서 종일 굶었다.
 잘했다.
 도끼로 찍어 놓은 나무에 이듬해 풍성하게 맺히는 열매처럼, 종일 곡기를 끊은 덕에 저녁 무렵이 되어 몸도 가벼워지고 정신도 맑아졌다.
 잘했다.

 
검은 해
가난한 시인의 가슴속에 곱게 피어난, 그 찬란하고도 서러운 꽃의 기억들. 시인이 걸어온 길, 희망과 절망,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삶과 죽음, 그 모든 시간의 흔적들을 좀 더 깊게 좀 더 멀리 사색하며 쓴 시들을 담았다. 일상에서 느끼는 담담한 소회에서부터 존재의 근원을 고민하는 깊은 사색의 시까지 여러 형태의 다양한 깊이의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
성봉수
출판
책과나무
출판일
2019.10.26

 


 결국, 내 기억에 평생 남을 이, 기억될 이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 지금은 없는 이.

 내가 눈 감는 날에야 비로소 망각과 교차 될 이.



202303022954목
Amalia_Rodrigues-Maldicao(어두운 숙명)
할일은 밀렸고, 눕고는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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