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 잡은 날.
본문 바로가기
낙서/┗(2007.07.03~2023.12.30)

땡 잡은 날.

by 바람 그리기 2023. 12. 18.
반응형

 

 \바람이 맵고 추웠던 날.

관심도 없는 삼월이 인형들, 구신 붙었겄다. 저걸 버리지 않고 왜 저리 두는지 원...
반응형


 낮에도 영하권인 이 추위가 한동안 계속된다니, 2층과 바깥채 화장실 수도 혹시 얼까. 반가운 통화를 마치고 참깨라면 큰 컵 하나 맛나게 먹고 담배 물고 마당 나선 김에, 아예 끊김 없이 흐르도록 더 틀어놓고 들어왔다.

반응형


 \
농 아래로 굴러떨어진 동전, 꺼내려고 넣은 파리채에 오히려 더 밀려들어 가 손길 닿지 않는 곳에 먼지 이불 덮고 까뭇하게 잊히는 것처럼, 새로운 지금에 점점 뒤로 밀려 마음의 관심이 닿지 못하고 있는 그때의 지금, 폰 속의 지난 사진들. 모처럼 효용이 된 폰을 내처 잡고, 일주일 전 용암저수지에서 찍은 사진 공유하고 나서 차례로 지워가며 쭈욱 훑어가다, 가을 초입에 담겼던 책 하나를 이 방에 옮겨 놓고.
 이참에 작정하고 불 켜진 톡 메시지도 쭈욱 살피며 정리하는데...
 "아차!"
 김 선생님께서 타국 멀리 험지에서 보내온 톡.


 \이렇다 대접받을 것 없는 삼류 변방 시인이 대가의 기억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이하도록 특별하고 감사한 일인데, 바로 답장드린다는 게 모임 다녀오고 어쩌고 어영부영하다가 까맣게 잊었다. 부재중 전화고 문자고 가릴 것 없이 그러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는 해도, 이 정도면 아예 관계에 대한 예의는 고사하고 무관심을 지나쳐 개념이 없다고 말해도 대꾸 못할 일이다.
 가을로 접어들며 와당탕 밀려온 청탁서.
 그때 와당탕 보내 놓고, 그 후부터 들어오는 청탁은 주특기인 우려먹기도 안 하고 그냥 모르쇠다. 현실의 룸펜을 그나마 사람으로 존재하게 하는 유일의 행동조차 이러니 말해 뭐 하랴.  이런 내 모습에, 마감일 지난 청탁 메일을 확인할 때마다 냉정하게 되묻길 "어이,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고 그저 그렇고 그런 딱 그 수준의 어정쩡한 늙은 잡종 개 털 같은 글들 끄적거리는 주제에 아무리 착각은 자유고 제 잘난 맛에 사는 거라지만, 대가라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니? 아니면 골 속에 기름이 너무 찬 거니?"라고 해봐도 그때뿐. 고립무원을 자처하는 이 혼자에 익숙한 소통 부재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혼술, 혼밥, 혼잠... 모든 게 혼자다.

반응형


 \이순이 되어 동년배의 기라성 같은 작가·시인들의 울 속으로 들어간 데다가, 때맞춰 성별, 연령, 직종별 검색 상위 30명만 노출되도록 다음 시스템이 개편되었으니 존재감 없는 내가 '60대 시인'에서 노출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여기며 지내왔다.
 오늘 김 선생님 톡 답신 보내는데, 늦게 보내면서 헛다리까지 긁지 않으려고 선생 근황을 살피다가,
 "이상타? 아무리 허접한 무명 삼류라도 이토록 내가 독자의 관심에 유리되었나?" 하는 의문에 "50대 시인"을 조건으로 놓고 검색해 봤더니 비록 꼬도바리지만 잘생긴 얼굴이 거기에 있다.


 50대??? 심지어는 1963년생 시인도 "50대 시인"에 노출되어 있으니 이게 어찌 된 일여?
 작년 연말, "잘 가라, 내 마지막 쉰아!" 했는데, 이게 정말 어찌 된 일여? 윤석열이 덕 보고 있는 건가? 그러면 퇴임 앞두고 공로 연수 들어가는 친구들은 뭐지?
 어쨌건 뜻밖으로 시간을 빠꾸오라이 하는 땡잡았으니 신나는 일이다. ㅋㅋㅋㅋ

 \기온이 올라갔나?
 바람종도 잠잠하고, 코는 조금 시려도 온풍기 없이 무릎담요만으로도 불편하지 않네.
 시간이 언제 을시를 지났지?
 어쩐지, 배가 출출하더라니...

 

 
 202312172739일
 이선희-겨울애상
 커피가 몇 잔 째냐? 이러니 속이 걸래지...

 -by, ⓒ 성봉수 詩人

 

 

반응형

'낙서 > ┗(2007.07.03~2023.12.3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환점(返還點)  (1) 2023.12.25
왜 이러지?  (8) 2023.12.22
함박눈 나리는 찻집 창가에서...  (2) 2023.12.17
기하학적 심층 이해의 난해함.  (2) 2023.12.13
설렁설렁  (2) 2023.11.29

댓글